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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농업 2.0, 개인 노력에서 지역 협업으로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07 08: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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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전남광주 지역이 오랫동안 안고 있는 과제이다. 그동안 귀농·귀촌 지원, 청년농 육성, 특산품 개발, 농촌체험, 축제와 관광사업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농업인들도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품 개발, 체험농장 운영, 온라인 판매와 관광객 유치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이러한 기존 방식을 지역 활성화의 ‘1.0’이라고 해보자. 1.0은 지역의 특산물을 발굴하고 생산과 가공을 확대하며 상품, 브랜드, 축제와 체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농업인이나 마을, 개별 사업자의 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산자가 가공하고 판매하며 체험객을 맞고 홍보까지 담당하는 모습도 흔해졌다.

  

이제는 지역 활성화의 ‘2.0’을 생각할 시점이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지역의 생산 기반과 소비 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에서는 새로운 특산품을 하나 더 발굴하기에 앞서 현재 지역에서 무엇이 생산되고 있으며, 누가 생산하고 있고, 실제로 어떤 품목이 농가소득과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지역특산물에 대한 인식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흔히 지역 이름과 함께 오래 알려진 품목을 그 지역의 대표 산업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역특산물로서의 유명세와 실제 생산 규모, 종사자 수, 농가소득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남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담양 대나무, 나주 천연염색, 보성 녹차 등은 지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오랫동안 홍보와 관광, 문화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지역 이름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의 크기와 현재 생산 현장의 규모를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광양과 순천의 매실, 나주배, 해남 고구마와 배추, 보성 참다래, 고흥 유자 등은 실제 재배농가와 생산 기반이 크고 농가경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품목들이다. 지역 활성화나 관광에서는 역사성과 이야기, 이미지가 강한 자원이 더 많은 주목을 받기도 한다. 결국 ‘지역을 대표하는 것’과 ‘지역에서 돈이 되는 것’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지역 활성화 2.0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면서 다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생산 기반이 큰 품목에는 가공·유통·외식·관광·수출 등 다른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생산자는 적지만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큰 자원은 무리하게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기술과 경관, 기록을 유지하고 교육·공예·관광·문화콘텐츠 등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담양 대나무는 지역특산물의 명성과 산업 현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담양 하면 대나무를 떠올릴 만큼 상징성이 크고 지금도 대나무를 활용한 관광·문화·연구 등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대나무 생산과 죽세공 등에 종사하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지역자원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어도 그것이 반드시 관련 종사자의 증가와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 활성화 2.0에서는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관광·문화·공예·교육 등에서 창출된 가치가 대나무 생산과 관리, 기술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보성도 비슷하다. 녹차가 갖는 지역 브랜드와 경관·문화적 가치는 크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참다래처럼 많은 농가의 소득과 연결되는 작목도 함께 살펴야 한다. 지역의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자원과 실제 농가경제를 지탱하는 자원을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인 개인에게 생산·가공·판매·홍보·체험을 모두 요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농업인은 생산의 전문성을 높이고, 식품업체는 가공을, 음식점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관광업계는 방문객과의 연결을 담당할 수 있다. 문화·공예 분야는 지역의 역사와 기술을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조사와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

  

농촌융복합산업의 ‘융복합’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한 농가가 생산에 가공과 체험을 계속 더하는 방식에서 업계와 업계가 서로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인 개인에게 집중되는 부담을 줄이면서 지역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이 농업의 가치사슬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 활성화 1.0에서 지역특산물의 발굴과 상품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2.0에서는 지역의 명성, 실제 생산 기반, 농가소득, 문화적 가치를 구분해서 바라보고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유명하지만 생산 기반이 작은 자원과 유명세는 상대적으로 낮아도 많은 농가의 소득을 만들어내는 작물에는 서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전남광주 농업의 2.0은 ‘우리 지역에서 무엇이 유명한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무엇으로 농민이 소득을 얻고 있는가, 무엇을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으로 남길 것인가, 그리고 서로 다른 업계가 그것을 어떻게 함께 활용할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함께 놓고 답을 찾는 것이 개인의 노력에 의존해 온 지역 활성화를 지역 협업의 단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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