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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산물에서 찾는 치유농업 자원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9-03 08: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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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역특산물은 대개 생산량과 품질, 판매가격, 가공상품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특정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 온 농산물이라 해도 산업적 활용에서는 어떻게 생산하고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그런데 치유농업의 관점에서 지역특산물을 바라보면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크기와 당도, 수량 외에도 색과 향, 촉감, 농작업, 재배경관, 계절의 변화와 그 지역 사람들이 축적해 온 이용문화가 중요한 자원이 된다.

 

  장수 사과가 좋은 예이다. 상품으로서 사과는 크기와 당도, 착색 정도 등이 중요하지만 치유활동에서는 사과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는 과정부터 자원이 될 수 있다. 나무 사이를 걷고 열매의 색을 관찰하며 손으로 사과를 따는 활동이 가능하다. 여러 품종의 색·향·맛·단단함을 비교하는 것도 감각활동이 된다. 상품 규격에서 벗어난 작은 사과나 모양이 고르지 않은 사과도 관찰하고 만지고 맛을 비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순창의 고추와 장류는 성격이 다르다. 고추밭에서는 열매가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수확과 건조를 경험할 수 있다. 장류로 이어지면 콩과 메주, 소금, 장독, 발효와 숙성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메주의 형태와 촉감을 살피고 장의 향과 색 변화를 관찰하면서 시간이 음식에 가져오는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농작물에서 시작한 활동이 발효와 음식문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창 복분자와 무주 머루에서는 열매의 짙은 색이 좋은 자원이 된다. 열매의 색과 형태를 관찰하고 손으로 만지거나 으깨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농도에 따른 색의 차이를 비교하고 차나 음료 만들기로 연결하면 시각과 후각, 미각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열매가 익어가는 농장의 경관 역시 계절을 경험하게 하는 요소이다.

 

  완주 생강은 향과 촉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흙에서 생강을 캐고 흙을 털어내면서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경험하고, 생강의 독특한 형태와 향을 관찰할 수 있다. 씻고 자르고 말리거나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생생강과 건조한 생강의 향과 질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비교할 수 있다. 지역에서 이어져 온 저장과 음식 이용법을 더하면 생활문화까지 활동에 포함된다.

 

  진안 인삼 역시 다른 작물과 구별되는 요소가 많다. 뿌리마다 서로 다른 형태를 관찰하고 닮은 모습을 찾아보거나 가느다란 세근을 만져보는 활동을 생각할 수 있다. 차광시설 아래에서 자라는 인삼밭의 독특한 모습은 과수원이나 일반 밭작물과는 다른 농업경관을 제공한다.

 

  이처럼 지역특산물마다 치유농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다르다. 사과에서는 과수원과 수확, 복분자와 머루에서는 색, 생강에서는 향과 뿌리의 촉감, 고추와 장류에서는 재배와 발효의 과정, 인삼에서는 형태와 독특한 재배경관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특산물을 활용한다고 해서 수확체험이나 음식 만들기라는 비슷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먼저 해야 할 일은 특산물이 가진 자원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색, 향, 맛, 촉감과 같은 감각 요소와 함께 파종, 관리, 수확, 선별, 건조 같은 농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재배되는 계절과 농촌경관, 지역에서 전해지는 음식과 저장법, 주민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더하면 하나의 특산물에서도 상당히 많은 활동 소재가 나온다.

 

  농업인에게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던 것도 치유활동에서는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사과를 딸 때 손목을 돌리는 동작, 생강을 캘 때 흙 속에서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장독 뚜껑을 열었을 때 퍼지는 향, 복분자가 손끝에 남기는 색은 농가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농업 경험이 적은 참가자에게는 직접 보고 만지고 움직이며 농업을 경험하는 활동이 된다.

 

  지역특산물을 치유농업에 활용하려면 지역별로 ‘특산물의 치유자원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특산물별로 색·향·맛·촉감·농작업·계절·경관·음식·생활문화 등을 조사하고, 그 가운데 어떤 요소를 어떤 대상자의 활동에 이용할 것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같은 농산물이라도 어린이, 성인, 고령자에 따라 활용하는 요소와 활동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지역특산물에는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농업인의 기술, 계절의 변화와 생활문화가 축적되어 있다. 치유농업의 소재를 개발할 때 새로운 작물이나 시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농가에서 매일 접하고 있는 특산물을 다른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특산물의 어떤 특성을 사람의 감각과 움직임, 대화와 기억에 연결할 것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역의 특색을 살린 치유농업 프로그램도 다양해질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치유농업에서 약용식물 가공의 활용성과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26).

김현주. 2026. 치유농업에서  가공의 활용성.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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