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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전남 농업에서 찾는 지역특화농업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02 08: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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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역특화농업은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 지형, 재배 경험, 가공기술 등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농산물과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이다. 오늘날에는 특화작목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전남 농업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별로 서로 다른 품목을 생산하고 가공해 온 기반이 있었다.

  

1925년 11월 1일 발행된 『개벽』 제63호에는 차상찬(車相瓚)의 「전라남도답사기」가 실려 있다. 차상찬은 그해 6월 19일부터 8월 2일까지 광주·담양·화순·곡성·순천·광양·여수·보성·장흥·영암 등을 답사했다.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자료라는 시대적 한계가 있으나, 약 100년 전 전남 각 지역의 농산물과 가공품, 생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화순군은 논과 밭, 산림을 함께 활용하는 복합적인 농업지역이었다. 기록에는 쌀·보리·콩·목화·대마의 생산이 풍부했고, 온화한 기후를 바탕으로 양잠도 성행했다고 적혀 있다. 당시 누에고치 생산량은 623석이었다. 산지가 군 전체 면적의 약 70%를 차지해 목재와 땔감, 숯의 생산도 많았다. 특히 동복의 인삼·목단·벌꿀·삼베는 전남에서 이름난 산물로 소개되었다. 식량작물과 섬유작물, 양잠, 임산물, 약용작물, 양봉이 한 지역 안에서 어우러져 있었다.

  

담양은 대나무와 죽세공이 결합된 지역특화산업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답사기에는 담양의 죽림 면적이 204정보였으며, 죽세공품 제조 가구가 1,535호, 연간 생산액이 80만 원 이상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담양에서는 쌀과 보리, 콩, 목화, 자운영을 생산하고 양잠도 했지만, 대나무가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농촌에서 재배한 대나무가 공예품으로 가공되고 국내외로 판매되었으므로 오늘날 농촌융복합산업과 통하는 구조였다.

  

곡성에서는 농산물 가공이 지역의 이름을 알렸다. 옥과의 누룩은 “전라도 전역에 이름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연간 생산량은 143만900개, 생산액은 10만163원에 달했다. 누룩은 곡물을 발효해 만든 것으로 술과 식초 등 전통 발효식품의 바탕이 된다. 옥과 누룩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축적된 발효기술이 결합해 시장을 형성한 사례이다. 곡성에서는 품질이 좋다고 평가된 석곡 삼베와 옥과 돗자리, 대사동의 죽도와 죽장도 생산되었다.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기반으로 한 산림농업이 발달해 있었다. 산동의 산수유를 비롯해 표고·송이·약초·담배·목탄·죽로차·동백 등이 특산물로 기록되었다. 산에서 채취하거나 재배한 임산물, 차, 약용작물, 목탄이 함께 소득원이 된 것이다. 구례 농업은 논밭에서 생산한 곡물에 산림자원을 더한 산촌형 복합소득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보성에서는 쌀·목화·누에고치와 함께 화문석과 삼베가 생산되었으며, “근래 양계가 성행한다”는 기록도 보인다. 오늘날 보성의 농업 이미지는 녹차가 강하지만, 100년 전에는 양계가 새롭게 성장하는 축산업으로 주목받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농업 품목이 시대와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기록에서 확인되는 지역특화농업은 한 지역을 한 품목으로 획일화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화순은 곡물과 양잠, 인삼, 목단, 벌꿀, 삼베를 함께 생산했고, 담양은 농업과 대나무 가공을 연결했다. 곡성은 누룩이라는 발효가공품을 만들었으며, 구례는 지리산 임산물을 폭넓게 소득화했다. 보성에서는 기존 농업에 양계가 새롭게 더해지고 있었다.

  

현재의 특화작목 정책도 지역 이름과 유명 품목을 결합하는 데서 출발하되, 해당 품목을 지탱해 온 환경과 기술, 가공, 시장까지 살펴야 한다. 과거에 명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존재감이 약해진 농산물과 가공품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동복의 인삼·목단·벌꿀, 옥과의 누룩, 구례의 죽로차와 산림산물, 보성의 양계 기록은 지역농업의 새로운 자원을 찾는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다.

  

100년 전 전남 농업은 지역마다 다른 자연환경과 생활기술을 바탕으로 고유한 생산체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래된 기록 속 품목을 현재의 재배 여건과 농가 기술, 가공 가능성, 소비시장에 맞게 다시 검토한다면 지역특화농업의 선택지는 지금보다 한층 넓어질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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