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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전남에서 이름났던 곡성 옥과 누룩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01 0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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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오늘날 곡성의 대표적인 농특산물은 멜론, 토란 등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100여 년 전 전남에서 이름을 떨쳤던 곡성의 농산가공품 가운데 지금은 그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옥과 누룩이다. 1925년 11월 1일 발행된 『개벽』 제63호에는 특파원 차상찬(車相瓚)이 쓴 「전라남도답사기(全羅南道踏査記)」가 실려 있다. 

  

차상찬은 그해 6월 19일부터 8월 2일까지 45일 동안 전남 각지를 여행했다. 비와 질병 등으로 실제 조사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광주·담양·화순·곡성·순천·광양·여수·보성·장흥·영암 등을 찾아 각 지역의 산업과 농업, 특산물, 사회상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곡성에 관한 기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옥과의 누룩이다. 차상찬은 당시 곡성의 주요 산업과 생산물을 소개한 뒤 “옥과의 누룩(麯子)은 전도(全道)에 저명”하다고 기록했다. 이어 연간 생산량을 143만900개, 가액을 10만163원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도에 저명하다’는 표현은 당시 옥과 누룩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곡성이나 옥과 주변에서 알려진 정도가 아니라 전라남도에서 이름난 상품으로 인식되었다는 뜻이다. 생산량도 주목된다. 143만900개를 1년 365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약 3,920개에 이른다. 당시의 생산 조건을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이다. 옥과 일대에 누룩을 만들어 판매하는 생산 기반과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었음을 생각하게 하는 수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곡성 누룩’이 아니라 ‘옥과 누룩’이라고 기록했다는 점이다. 옥과는 오랫동안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존재하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곡성군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1925년에도 누룩에는 여전히 옥과라는 지역명이 붙어 있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명과 상품이 결합된 일종의 산지 브랜드가 지속되고 있었던 셈이다.

  

누룩은 농업과 발효문화를 이어 주는 중요한 가공품이다. 곡물을 이용해 누룩을 만들고 이를 술과 식초 등의 발효에 사용한다. 따라서 누룩의 생산 역사를 밝히는 일은 당시 옥과의 농업과 곡물 이용, 가공기술, 시장과 유통을 함께 살펴보는 작업이 된다. 특히 연간 140만 개가 넘는 생산량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옥과 누룩은 곡성 지역 농산가공업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그러나 100년 전 그렇게 유명했던 옥과 누룩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어떤 곡물을 주원료로 사용했는지, 누룩의 크기와 형태는 어떠했는지, 어느 마을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계절에 집중적으로 생산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모습은 더 찾아봐야 한다. ‘전도에 저명’했던 상품이라면 옥과 장시와 주변 시장, 주막과 양조업, 전통주 생산과도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어느 지역까지 판매되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사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옥과와 인근 마을의 고령 주민을 대상으로 누룩을 만들었던 집과 장소, 누룩틀, 원료와 제조방법, 판매처 등에 관한 구술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오래된 양조장 자료와 상업자료, 일제강점기 신문과 통계자료, 옥과 장시 관련 기록을 함께 조사하면 1925년 『개벽』에 나타난 143만900개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현재 곡성 농업과 연결할 가능성도 생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이용한 누룩 연구, 전통주와 식초 등 발효가공품 개발, 누룩 만들기 체험, 옥과의 역사와 장시를 결합한 농촌관광 콘텐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출발점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1925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옥과 누룩의 실제 역사를 찾아내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옥과 누룩’이라는 이름에 지역성과 역사성이 생긴다.

  

차상찬이 곡성을 답사한 1925년으로부터 100년이 지났다. 당시 그는 옥과 누룩을 “전도에 저명”하다고 표현했다. 연간 143만900개가 생산될 정도로 이름났던 농산가공품이 한 세기가 흐르는 동안 지역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지금 곡성 농업에서 필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기록 속에 남아 있는 지역 농업자원을 찾아 조사하고 현재의 농업과 연결하는 것이다. 100년 전 옥과 누룩의 명성을 확인하는 작업은 곡성 농업의 오래된 발효 자산을 다시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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