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관을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원래 의미는 인간이 폴리스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데 가깝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은 원예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식물을 기르고 나누며, 꽃을 선물하고, 함께 정원을 만들면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식물과 원예활동은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매개 역할을 해왔다.
근대 이후 원예산업은 생산과 유통, 소비를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농가는 과일과 채소, 꽃과 묘목을 생산하고 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원예학에서도 좋은 품종을 육성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품질 좋은 원예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원예산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라는 과정으로 연결되었다.
최근에는 원예를 이용하고 향유하는 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과일과 채소, 꽃을 구입하면서 원예가 제공하는 공간과 활동, 이야기와 경험에도 관심을 갖는다. 사과를 구입하던 사람이 과수원을 찾아 꽃이 피는 풍경을 보고 수확을 체험한다. 꽃을 구입하던 사람이 꽃밭에서 직접 꽃을 따고 꽃다발을 만든다. 허브농장에서는 식물의 향기를 맡고 허브차를 만들며 농장의 경관과 분위기를 경험한다. 정원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을 감상하고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원예산물의 소비에서 원예가 제공하는 경험과 문화적 가치의 향유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식물을 둘러싼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도시농업과 공동체정원, 주말농장, 정원문화, 농촌체험 등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식물을 기르고 정보를 교환하며 수확물을 나눈다. 식물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대화를 만들고 공동활동을 이끌어 낸다.
사회원예의 중요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원예활동은 공동체 사회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같은 텃밭에서 모종을 심고 물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나눈다. 작물의 성장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한 작업을 의논하면서 서로 협력한다. 수확한 채소와 꽃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교류가 만들어진다. 공동체정원과 도시텃밭이 주민들의 만남과 교류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도 이러한 원예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원예공간의 의미도 달라진다. 농장과 정원, 텃밭은 식물을 생산하고 재배하는 장소인 동시에 사람들이 만나고 활동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가 된다. 어떤 식물을 심는가, 사람들이 어디에서 만나고 어떻게 함께 작업하는가, 수확물을 어떻게 이용하고 나누는가에 따라 원예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경험도 달라진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사회원예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다. 치유농업에서 농작물과 원예식물은 참여자의 활동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으며 꽃을 가꾸고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는 식물의 성장과 계절의 변화를 경험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와 협력, 역할분담과 교류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치유농장에서 토마토를 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모종 심기에서 지주 세우기, 곁순 제거, 성장 관찰, 수확에 이르는 과정이 연속적인 활동이 된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토마토를 살펴보고 작업을 도우며 수확의 기쁨을 공유한다. 수확한 토마토를 함께 먹거나 나누는 과정까지 연결하면 식물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진다. 꽃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파종과 재배, 감상, 수확, 꽃꽂이, 선물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사람 사이의 교류를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에는 식물의 종류와 재배기술, 농장의 시설과 경관과 함께 참여자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혼자 식물을 관찰하는 시간과 함께 작업하는 시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활동, 수확물을 함께 이용하고 나누는 과정 등을 목적에 맞게 배치할 수 있다. 사람과 식물의 관계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서로 어우러질 때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사회적 기능도 더욱 풍부해진다.
오늘날 사회원예는 원예산물의 생산과 이용을 넘어 식물을 매개로 한 경험과 문화,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영역으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치유농업에도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식물은 사람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통의 대상을 제공하고, 농장과 정원은 그 관계가 형성되는 공간이 된다. 치유농업이 식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때 원예가 가진 사회적 가치는 지역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치유농업의 사회원예학의 가치는.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24).
송미진. 2026. 치유 화훼장식에서 생태성의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4).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3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