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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아이의 단내가 나는 이화주 피서법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 기사등록 2026-08-25 08: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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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발효수업을 시작할 때 나는 종종 아주 오래된 술 하나를 앞에 내놓는다. 이화주(梨花酒)다. 전통주의 역사부터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직접 쌀을 만지고 이화곡을 넣어 술을 빚게 한다. 이화주만큼 ‘당화’라는 발효의 첫 관문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하는 술도 드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생들에게 조금 엉뚱한 주문을 한다. “이화주는 반드시 머리맡에 두고 함께 자보세요.” 처음에는 모두 웃는다. 하지만 나는 꽤 진지하다. 발효에 풍덩 빠져 살던 시절, 내 방 한편은 언제나 작은 발효실이었다. 막걸리도 함께 잤고 약주도, 쌀거트도, 식초도 함께 잤다.

  

가족이란 밥상머리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한 지붕 아래 잠을 자며 동고동락하는 존재라고 믿었던 탓인지, 나는 미생물이 만들어가는 술과 식초도 그렇게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잊히지 않는 어느 겨울밤이 있다. 꿀병에 이화주를 담아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다. 한밤중 달디단 냄새에 잠이 깼다. 순간 오래전 젖먹이 아들을 가슴에 안았을 때 맡았던 냄새가 떠올랐다. 포근하고 달큰했던 아이의 체취였다.

  

그 향기의 진원지는 머리맡의 이화주였다. 쌀의 전분이 이화곡의 효소에 의해 당으로 분해되면서 달큰한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머리로 배웠던 ‘당화’가 그날 밤에는 코끝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날 이후 당화를 숫자와 이론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이화주가 익어가면서 달콤한 쌀 향이 살아납니다. 쌀의 전분이 당으로 풀리는 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이화주는 참 신기한 술이다. 쌀로 만든 누룩인 이화곡을 사용하고 물을 적게 넣어 빚기 때문에 일반적인 탁주보다 훨씬 걸쭉하다. 

  

옛 조리서에는 멥쌀로 구멍떡을 만들고 이화곡을 섞어 빚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배꽃이 필 무렵 누룩을 빚는 데서 이화주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나는 이화주를 ‘토크주’라고도 부른다. 크래커나 비스킷 위에 조금 얹어 친구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다. 한 잔씩 들이켜기보다 조금씩 떠먹으며 시간을 함께 나누기에 좋은 술이다. 오늘날 시판되는 이화주도 농축 요구르트처럼 걸쭉한 질감과 단맛을 특징으로 하며, 제조법에 따라 맛과 향, 알코올 도수도 다양하다.

  

옛날에는 쌀이 귀했다. 그런데 이화주는 술을 빚는 재료도 쌀이고 누룩인 이화곡의 재료도 쌀이다. 쌀이 귀하던 시절에는 제법 귀한 술이었을 것이다. 한동안 우리 생활에서 멀어졌던 이 술이 오늘날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을 보면 삶의 순환이 참 재미있다.

  

무엇보다 나는 이화주에서 ‘그리움’을 달랜다. 오늘 밤 머리맡에서도 달큼한 향기가 솔솔 넘어온다. 가끔 그 사이를 뚫고 알코올 향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간다. 당화와 함께 알코올 발효가 무르익어가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모두 자라고 난 뒤 문득 그 시절의 체취가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있다. 그럴 때 멥쌀 한 줌 씻어 이화주를 빚어보는 것은 어떨까. 머리맡에 살며시 내려놓고 함께 하룻밤을 보내보시라.

  

어쩌면 새벽녘, 발효가 피워 올린 달디단 향기 속에서 오래전 품 안에서 배냇짓 아이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이화주는 그래서 술이기 전에 그리움을 발효시키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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