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이 확산되면서 농촌에는 다양한 치유농장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농작물을 심고 가꾸거나 수확하고, 꽃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농촌의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활동도 치유농업에 활용된다. 이러한 현장에서 치유농업의 내용과 효과를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학문 분야가 사회원예학(Socio-horticulture)이다.
사회원예학은 원예식물과 원예활동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분야이다. 식물을 생산하는 기술과 함께 사람이 식물을 어떻게 이용하고, 식물과의 관계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다룬다. 식물이라는 자연자원과 인간의 생활, 교육, 복지, 건강, 공동체가 만나는 지점에 사회원예학이 자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원예학은 원예치료, 도시농업, 학교원예, 복지원예, 공동체원예 등과 관계를 맺으며 연구 영역을 넓혀 왔다. 식물을 심고 가꾸는 활동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안정과 성취감, 신체활동, 사회적 관계 형성 등에 관한 연구도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학문적 경험은 오늘날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데 활용할 가치가 크다.
치유농업에서 사회원예학이 갖는 첫 번째 가치는 식물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다. 씨앗을 뿌리고 싹을 관찰하며 식물을 돌보고 꽃과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에는 감각자극, 신체활동, 기다림, 책임감, 성취감, 다른 사람과의 소통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된다. 사회원예학은 식물 자체와 함께 식물을 매개로 사람이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주목한다.
이러한 시각은 치유농업 프로그램 설계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 치유농업에서는 ‘무엇을 심을 것인가’와 함께 ‘그 식물을 이용해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추를 재배하더라도 혼자 파종부터 수확까지 수행하게 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누어 함께 재배할 수도 있다. 수확한 상추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활동까지 연결하면 또 다른 경험이 만들어진다. 같은 식물이라도 활동의 구조에 따라 신체활동, 감각자극, 성취 경험과 사회적 관계의 비중이 달라진다.
두 번째 가치는 대상자에 맞는 원예활동을 설계하는 데 있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 직장인 등은 식물과 농업활동을 경험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어린이에게는 관찰과 탐구, 놀이와 교육을 결합한 활동을 구성할 수 있고, 노인에게는 익숙한 작물과 농작업이 기억과 경험을 불러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흙과 식물을 접하고 자신의 속도로 작업하는 시간이 일상적인 업무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대상자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식물과 활동을 선택하고 난이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사회원예학의 경험은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세 번째 가치는 치유 효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있다. 꽃을 심거나 텃밭을 가꾸고 난 뒤 기분이 좋아졌다는 결과와 함께, 식물의 색과 향, 촉감, 반복되는 작업, 식물의 성장 관찰, 계절 변화, 수확과 나눔 가운데 어떤 요소가 참여자의 경험과 관계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면 프로그램의 목적에 따라 활동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근거도 더욱 구체화된다.
네 번째 가치는 치유농장의 공간을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농장은 작물을 생산하는 공간이면서 사람이 식물을 만나고 움직이며 관찰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기도 하다. 밭의 높이와 통로의 폭, 식물의 위치, 그늘과 휴식공간, 작업도구와 재배방식은 참여자의 활동과 경험에 영향을 준다. 생산을 위한 농장에 사람의 움직임과 감각, 활동 목적을 함께 반영하면 치유농업에 적합한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치유농업은 식물뿐 아니라 동물, 음식, 농작업, 농촌경관과 환경 등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한다. 따라서 사회원예학이 치유농업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을 활용하는 치유농업에서는 오랫동안 축적된 사회원예학의 연구와 현장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된다. 특히 식물과 사람의 관계를 활동 단위로 분석하고 대상자에 맞게 설계하는 경험은 치유농업의 질을 높이는 데 직접 활용할 수 있다.
치유농장에서 한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싹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다고 생각해 보자. 그 과정에는 식물의 성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 손을 움직이는 작업, 변화의 관찰, 다시 농장을 찾게 하는 기대, 수확의 경험이 함께 쌓인다. 사회원예학의 가치는 바로 그 식물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읽고, 그것을 목적에 맞는 활동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치유농업이 현장에서 더욱 세밀해질수록 사회원예학이 축적해 온 지식과 경험의 활용 가치도 커질 것이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치유 화훼장식에서 생태성의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4).
송미진. 2026.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힘, 공공공간의 치유화훼장식.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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