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남광주 대나무, 산업과 치유자원으로 활용하자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8-24 08:41:14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최근 강진 백운동 원림을 찾았다. 여러 풍경 가운데 특히 좋았던 곳은 대나무길이었다. 높이 자란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걸러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대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나무숲을 경관자원과 함께 치유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남광주 지역은 예로부터 대나무와 인연이 깊다. 특히 담양은 대나무와 죽세공품으로 이름난 지역이며, 오늘날에는 죽녹원을 비롯한 대나무숲 자체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죽순은 음식이 되고 대나무는 생활용품과 공예품의 재료가 된다. 여기에 치유농업과 현대적인 소재기술, 탄소와 순환경제의 관점을 더하면 대나무의 활용 영역은 훨씬 넓어진다.

  

대만 난터우(南投)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대만 농업전문지 《풍년잡지(豐年雜誌)》가 지난 8월 15일 소개한 난터우의 대나무 산업을 보면 재배와 가공, 공예, 음식, 관광, 치유가 대나무라는 하나의 자원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이 대나무의 푸른색을 보존하는 기술이다. 

  

대나무는 벌채 후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의 푸른색이 사라지고 황갈색으로 변한다. 국립중흥대학교 삼림학과 박사 린췬한(林群涵)은 맹종죽을 재료로 안전·무독성의 ‘보청죽(保青竹)’ 기술을 연구·개발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보청과 자련(煮煉) 과정을 거쳐 대나무 외관의 푸른색을 유지하고, 이를 다구와 등, 문구류, 젓가락 등 생활·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켰다. 대나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색까지 이용하는 소재로 바라본 것이다.

  

전통적인 대나무 기술도 현대 생활과 연결되고 있다. 난터우 주산(竹山)의 장인 뤄촨둔(羅川敦)은 견습 시절부터 50년 동안 대나무 가구를 만들어 왔다. 대나무를 구부리고 장부맞춤으로 연결해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탁자와 의자, 수납장 등을 제작한다. 또 다른 업체에서는 대나무 칫솔과 빨대, 컵에서 자전거 프레임까지 개발하고 있다.

  

대나무의 순환 이용도 주목할 만하다. 대만에서 유일하게 일본으로 죽검을 수출하는 것으로 소개된 ‘주위(竹育)’에서는 대나무를 가공하고 남은 자투리와 폐기물을 바이오숯과 바이오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나무숲의 간벌과 소재 생산, 부산물 활용을 탄소흡수와 ESG의 관점까지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대나무숲 치유였다. 주산의 대안죽해(大鞍竹海)에서는 사유 대나무숲을 정비해 오감을 이용한 ‘죽림치유’를 운영한다. 참가자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숲길을 걷고, 눈을 감고 귀를 대나무에 가까이 대어 바람과 대나무가 만드는 소리를 듣는다. 잔디에 대나무 조각을 깔아 맨발로 밟으며 발바닥을 자극하고, 대나무 마디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 머리와 어깨, 목을 마사지한다. 루구(鹿谷)의 샤오반톈(小半天)에서는 맹종죽 숲 아래에 차 자리를 마련해 대나무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체험도 운영한다.

  

이러한 사례는 전남광주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대나무숲 걷기에 대나무 소리 듣기, 대나무 만지기, 죽편을 활용한 촉각활동, 죽공예, 죽순 음식, 차와 휴식을 연결할 수 있다. 담양의 대나무숲과 죽공예, 강진 백운동 원림의 대나무길처럼 지역마다 가진 자원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서로 다른 치유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현장의 불편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번에 백운동 원림의 대나무길을 걸으면서 모기가 많다는 점이 아쉬웠다. 담양 죽녹원 역시 여름철 모기에 대한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치유공간에서는 아름다운 경관만큼 머무는 동안의 쾌적함이 중요하다. 물고임과 습도, 통풍, 주변 식생 등을 조사하고 생태적 관리와 이용자 보호 방안을 함께 마련한다면 대나무숲의 체류환경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백운동 원림의 대나무길에서 들었던 바람 소리를 떠올려 본다. 그 소리는 치유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대나무의 촉감은 체험이 되며, 푸른색은 새로운 소재기술의 대상이 된다. 죽순은 음식이 되고 줄기는 공예품과 생활재가 되며, 남은 부산물은 다시 탄소와 에너지 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나무 한 그루를 얼마나 세밀하게 바라보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남광주의 오래된 대나무 문화에서도 새로운 농업과 산업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장 성공을 위한 마케팅 프레임워크 60: 농촌 웰니스 산업과 치유농업 비즈니스의 길잡이. 세오와이재.

허북구. 2026. 성공하는 치유농장 경영 진단 100가지: 치유농업·농촌체험·농촌관광을 위한 실전 경영 가이드. 세오와이재.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3173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민형배 시장, 삼성전자 플랙트그룹 광주공장 착공식 참석
  •  기사 이미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광주여성대회 참석
  •  기사 이미지 순천시새마을회, 국립순천대 의대 설립 촉구 릴레이 성명 동참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