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꿀벌과 양봉산업에 피해를 주는 외래해충은 많은데, 대만에서는 ‘펑샹샤오자충(蜂箱小甲蟲)’이라고 부르는 작은벌집딱정벌레(Aethina tumida)가 2024년 자이(嘉義)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작은벌집딱정벌레는 아프리카 남부가 원산지인 꿀벌 해충으로, 1996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전파된 이후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다. 대만으로 침입된 경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해운이나 항공 운송, 사람과 물자의 이동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해충의 성충은 벌통에 침입해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꽃가루와 꿀벌 번데기 등을 먹는다. 피해가 심해지면 봉군이 붕괴하거나 꿀벌이 벌통을 떠나는 도봉(逃蜂) 현상이 발생해 양봉농가에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확산 능력도 강하다. 대만 농업부 먀오리구농업개량장(苗栗區農業改良場)에 따르면 성숙한 유충은 벌통을 빠져나와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방을 만드는데, 깊이가 최대 20cm에 이르기도 한다. 성충은 하루 최대 10km까지 날아갈 수 있어 한번 발생하면 주변 양봉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대만의 대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로운 외래해충이 확인된 이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제기술 개발에 신속하게 나섰다는 점이다. 2024년 작은벌집딱정벌레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대만에서는 해외에서 ‘기름덫(油盒)’을 긴급 수입해 사용했다. 벌통 안에서 산란 장소를 찾거나 꿀벌에게 쫓기던 성충이 기름이 들어 있는 덫에 떨어져 죽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방식의 방제율은 약 32%에 머물렀다.
이에 먀오리구농업개량장은 작은벌집딱정벌레의 생태와 행동 특성을 이용한 벌통 내부용 전용 유살함을 개발했다. 이 해충이 어둡고 좁은 틈으로 들어가는 습성을 이용해 불투명한 재질로 만들고, 작은벌집딱정벌레는 들어갈 수 있지만 꿀벌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입구 크기를 달리 설계했다. 내부에는 붕사 미끼를 넣어 들어온 딱정벌레를 방제하는 방식이다. 시험 결과 방제율은 97%에 달해 기존 기름덫의 약 3배 수준이었다.
이 유살함은 구조가 간단하고 관리하기 쉽다는 것도 특징이다. 벌통 하나당 하나를 사용하며, 미끼는 약 일주일에 한 번 교체한다. 사용한 유살함은 비눗물에 담가 남아 있는 딱정벌레를 제거한 다음 씻고 말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미끼는 한 상자당 2g 정도가 필요하며 비용도 0.5대만달러 미만이라고 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기술이전으로 생산된 유살함의 판매가격은 개당 36대만달러로, 40대만달러가 넘는 기존 기름덫보다 싸다. 2026년 3월 대만에서 신형특허를 취득하고 같은 달 말 기술이전까지 완료했으며, 8월 중순 현재 6,000개 이상 판매됐다. 대만 농업부에도 이 기술의 비독점 기술이전 내용이 공식적으로 등록돼 있다.
대만의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97%라는 높은 방제율 만이 아니라 2024년 새로운 외래해충이 발견되자 기존의 해외 방제도구를 긴급하게 도입해 대응하는 한편, 곧바로 해충의 생태와 행동을 연구해 자국의 양봉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제도구를 개발하고, 연구성과를 특허와 기술이전, 제품 생산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작은벌집딱정벌레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조사에서도 작은벌집딱정벌레의 피해가 확인됐다. 2016년 밀양의 169개 벌통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성충뿐만 아니라 유충과 번데기가 벌통과 주변 토양에서 발견됐다. 특히 유충이 발견된 벌통에서는 꿀벌이 존재하지 않아 작은벌집딱정벌레 유충에 의한 봉군 파괴가 관찰됐다.
최근 꿀벌과 양봉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기후와 밀원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가 간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병해충의 유입과 확산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대만의 작은벌집딱정벌레 대응은 외래해충에 대한 농업기술 개발의 좋은 사례가 된다. 새로운 해충의 발생을 확인하고, 생태적 특성을 파악해 효과적이고 값싼 방제도구를 개발했으며, 이를 빠르게 기술이전해 농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래해충에 의한 피해는 어느 나라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발생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연구하고,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 보급하느냐이다. 대만의 신속한 대응이 우리 농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이다.
참고문헌
游昇俯. 2026. 蜂箱小甲蟲專用誘殺盒防治率近100% 低成本、易操作且可重複使用. 農傳媒(2026.8.18.)
허북구. 2023. 꿀벌 바이러스의 구조 해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2.17).
허북구. 2022. 사라진 꿀벌, 예방책은 없는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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