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계절근로자 집단 이탈 문제 원인 진단과 대안 긴급 토론회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전남인터넷신문]베트남 국적의 쭝(Trung.40대)씨는 지난 4월 E-8 계절근로자 비자로 전북 진안군의 한 수박·고추농장에 도착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향으로 많은 돈을 부치고 싶다는 쭝씨의 꿈은 이내 무너져 내렸다.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7시∼오후 5시라고 명시돼 있었으나 오전 6시 20분부터 하루 11시간이 넘도록 일을 하는 날이 반복됐다.
어느 날 쭝씨의 동료 A씨가 온몸에 통증을 호소하며 진안군일손지원센터에 귀국을 요청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됐다.
이틀 뒤에는 농장주가 갑자기 기숙사로 찾아와 쭝씨와 동료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
농장주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지만, 이를 알게 된 진안군 농촌일자리지원센터는 영상 삭제를 요청했을 뿐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쭝씨는 다른 농장으로 옮겼다. 뭔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과근무와 열악한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인 지난달 베트남으로 떠났다.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이하 전북이주넷)는 18일 전북도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베트남 계절근로자 집단 이탈 문제' 원인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쭝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전북이주넷은 "쭝씨는 초과근로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했고 체불임금에 대해 문의해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이주민들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전북이주넷이 지난 1∼5일 진안 베트남 계절근로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가 인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7명이 '근무 시간을 넘겨서 근무했음에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16명은 '모집 당시 일에 대한 설명과 실제 한 일이나 근로조건이 달랐지만, 농장주가 제시한 근로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응답(복수 응답)했다.
이탈자나 귀국자 9명에게 물은 이탈 이유로는 '초과 근로를 시키고 수당을 주지 않아서' (7명), '폭언 등 농장주의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4명), '부당한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되지 않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4명)' 등을 꼽았다.
농가에서 일하는 18명 역시 이탈을 희망하는 이유로 '초과 근로 수당 미지급'과 '문제제기 미개선'(각각 8명)이라고 응답했다.
문세아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법규국장은 "실태조사로 드러난 초과근로수당 미지급과 부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소통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GPS를 활용한 전자적 출·퇴근기록 방식과 통역사 교체 필요시 제3의 기관 개입, 계절근로자 전수조사 등을 통한 인권침해 상황 파악 등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인권침해 상황이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현장은 개선될 수 없다"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계절근로자 정착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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