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올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낮의 농작업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안내가 계속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폭염 속에서도 밭과 논으로 나가는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습관 때문이다.
농촌에는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가족과 함께 생활할 때는 “오늘은 너무 더우니 쉬세요”라고 말리는 사람이 있지만 혼자 생활하면 그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아침에 밭에 나갔다가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면 조금만 더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기온이 크게 올라간 시간까지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생긴다.
농촌에서 평생 일해 온 어르신들에게 일은 생활의 일부이자 하루의 중요한 일과다.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고, 집에서 쉬고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다. 이런 생활습관은 폭염기에 건강상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일하지 말고 집에 계십시오”라는 권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르신들이 밭에 나가는 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채워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치유농업을 활용할 수 있다.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 냉방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식물을 심고 가꾸거나 꽃과 허브를 만지고, 농산물을 이용해 간단한 소품과 음식을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씨앗 고르기, 화분 만들기, 압화, 꽃꽂이, 허브 향기 체험, 농산물 이야기 나누기처럼 신체적 부담이 적은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평생 경험한 농사 자체가 훌륭한 치유농업 자원이 된다. 옛날에 재배했던 작물과 농사 이야기를 나누고, 씨앗을 보면서 품종과 재배법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참여와 소통이 이루어진다. 자신이 잘 아는 농사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과정에서는 자존감과 역할감도 얻을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폭염이 가장 심한 시간에 어르신들이 야외 농작업을 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오전이나 오후 일정한 시간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면 “오늘은 프로그램에 가야 한다”는 새로운 일과가 생긴다. 집에 혼자 머무는 시간도 줄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휴식할 수 있다. 냉방공간에서 물을 마시고 쉬면서 즐거운 활동을 하는 시간이 폭염 대응과 사회적 교류를 함께 제공하는 셈이다.
운영 장소도 치유농장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 냉방시설을 갖춘 마을회관과 경로당, 복지시설, 농업 관련 기관 등의 공간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가져갈 수 있다. 치유농장은 프로그램과 강사, 식물과 농산물 등의 재료를 제공하고 지역의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폭염기에는 실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기온이 낮은 아침에는 치유농장의 텃밭이나 정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여기에서 치유농업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을 보호하는 일은 개인적인 여가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안전과 연결된다. 지자체에서는 폭염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 사업의 하나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기관과 농업 관련 기관이 협력하면 대상자 발굴과 프로그램 운영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의 홀몸 어르신이나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여름철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 운영비와 이동비, 재료비 등을 지원하면 지역사회 공헌과 폭염 대응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만들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치유농장도 준비해야 한다. ‘어르신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이라는 일반적인 상품에서 한 단계 발전해 ‘폭염기 고령 농업인 휴식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홀몸 어르신 여름 치유농업 교실’처럼 목적과 대상이 분명한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운영시간, 냉방환경, 이동방법, 음수와 휴식, 활동 강도, 응급상황 대응 등도 프로그램에 포함하면 지자체와 기관에서 활용하기가 쉬워진다.
치유농업의 마케팅은 농장을 홍보하고 방문객을 모집하는 것에서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지역사회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농업자원을 이용해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이다. 폭염기에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머물며 사람을 만나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자체와 복지기관, 공공기관, 기업에 먼저 제안할 수 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농촌의 고령자 안전 문제도 커진다. 그 시간에 치유농업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치유농장은 시원한 공간과 농업자원, 사람과 프로그램을 연결해 새로운 여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지역사회에는 폭염 대응이라는 공공적 가치를 제공하고 치유농장에는 새로운 사업과 소득의 기회가 된다. 치유농업의 눈으로 보면 폭염도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계절이다. 그 수요를 찾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먼저 제안하는 것, 그것이 폭염을 치유농업의 마케팅 기회로 만드는 방법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농촌자원을 치유자원으로 바꾸는 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4.).
허북구. 2026.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사람을 남기는 치유농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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