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남광주 폭염과 적지적작 작물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8-12 09:19:37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최근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농학자여서인지 철원에서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작물의 생육 상태였다. 밭에서 자라는 옥수수와 콩을 비롯한 여러 작물의 생육이 남부지역에서 보았던 것보다 월등히 좋아 보였다. 잎의 생육이 왕성하고 전체적으로 작물에 활력이 넘쳤다.

  

올여름 남부지역에서는 연일 높은 기온이 이어졌다. 낮 기온이 크게 올라가면서 일부 밭작물은 광합성과 생육에 부담을 받고, 밤에도 높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호흡에 의한 양분 소모가 커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철원 역시 여름이 덥지만 남부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는 날이 많다. 이러한 기온 조건과 주야간 온도차가 작물의 생육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식물에는 저마다 생육에 알맞은 온도가 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계속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작물별 적정 온도 범위에서 광합성, 호흡, 양분 흡수와 생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밤의 온도는 중요하다. 낮 동안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은 밤에도 호흡을 통해 소비되는데, 야간 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호흡량이 증가한다. 주야간 온도차가 적절한 지역에서는 낮 동안 만들어진 양분이 식물체에 효율적으로 축적되어 생육과 품질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철원에서 본 작물의 생육은 기후변화 시대의 농업에서 ‘적지적작(適地適作)’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적지적작은 토양과 기온, 강수량, 일조량 등 지역의 자연환경에 알맞은 작물을 선택해 재배하는 것이다. 농업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본 원리로 여겨져 왔지만 폭염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남광주 농업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재배가 잘됐다는 이유로 같은 작물과 작형을 계속 유지하기보다 현재의 기온과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환경을 바탕으로 지역에 적합한 작물을 찾아야 한다. 특히 한여름의 낮 기온과 야간 기온, 고온 지속일수 등을 작물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남부지역의 여름 고온이 일부 작물의 생육에 부담을 주는 환경이라면 높은 온도를 좋아하는 작물에는 좋은 재배조건이 될 수 있다. 고구마, 오크라, 공심채를 비롯한 고온성 채소와 일부 아열대 작물은 높은 기온에서 생육이 활발하다. 전남광주의 여름 기후를 활용할 수 있는 품목을 선발하고 지역별 적응성을 시험한다면 폭염을 농업자원으로 활용하는 길이 넓어진다.

  

재배 시기를 바꾸는 것도 적지적작의 한 방법이다. 같은 지역에서도 봄과 여름, 가을의 온도조건은 크게 다르다. 고온에 약한 작물은 봄과 가을 생산을 확대하고 한여름에는 고온에 강한 품목을 배치할 수 있다. 지역과 작물의 조합에 계절이라는 요소를 더한 ‘적지·적작·적기’의 농업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 안에서도 기온 차이를 세밀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전남광주는 해안과 평야, 산간지역이 함께 있고 고도와 바다와의 거리, 지형에 따라 기온과 일교차가 다르다. 같은 시군 안에서도 산간지역과 평야지역의 여름밤 기온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러한 미세기후를 조사해 고온에 민감한 작물은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 고온성 작물은 여름 기온이 높은 지역에 배치한다면 지역 전체의 농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시설재배 역시 적지적작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차광과 환기, 미세살수, 냉방시설을 이용해 작물에 맞는 환경을 만드는 기술과 함께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지역의 기후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연환경과 시설기술을 적절히 조합하면 생산비를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전남광주 지역의 농업기후지도를 더욱 정밀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열대야 일수, 일교차, 일사량 등을 지역별로 분석하고 주요 작물의 생육적온과 연결하면 새로운 작물 배치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와 연구기관에서는 기존 작물의 고온 적응성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고온성 작물과 아열대 작물의 지역 적응시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가가 자신의 지역에 적합한 작물과 작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가 달라지면 적지도 달라진다. 적지가 달라지면 재배 작물과 재배 시기 역시 변화한다. 철원에서 왕성하게 자라는 작물을 보면서 남부지역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광주의 뜨거운 여름에는 그 기후에 맞는 작물이 있다. 비교적 서늘한 산간지역에는 그곳에 어울리는 작물이 있고,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는 해안지역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이제 폭염의 온도를 지역 농업의 중요한 데이터로 읽고, 지역별 기후에 맞는 작물을 찾아 배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대의 전남광주 농업에서 적지적작은 오랜 농업 원리를 새롭게 활용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광주 여름 작물과 빙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8.11.).

허북구. 2026. 전남광주 농업, 폭염을 활용하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8.7.).

허북구. 2024. 폭염과 배 품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8.5.).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3119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찜통더위 날린 강진하맥축제, 밤새 ‘맥주 한잔’
  •  기사 이미지 차창 밖이 온통 초록” 보성 메타세쿼이아길
  •  기사 이미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을지연습 종결보고회 참석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