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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속의 미생물의 비밀, 전통누룩이 식초 맛을 결정하는 한다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 기사등록 2026-08-10 09: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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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좋은 식초는 어디서 시작되는것일까?.” 그 질문에 많은 사람은 초산균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곡물식초, 특히 우리 전통식초의 출발점은 초산균보다 훨씬 앞선 ‘누룩’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상업용 한국 전통누룩을 454 파이로시퀀싱으로 분석한 연구(박지희 등. 2018. 파이로시퀀싱을 이용한 상업용 전통누룩의 미생물 군집분석, 한국식품과학회지 50(1):55–60)에 따르면, SH로 표시된 누룩에서는 진균 가운데 사카로마이콥시스(Saccharomycopsis)가 두드러졌으며, 세균군에서는 락토바실러스속(Lactobacillus), 루코노스톡속(Leuconostoc), 페디오코커스속(Pediococcus) 등 여러 젖산균이 함께 확인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전통누룩이 단순한 효소 덩어리가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태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사카로마이콥시스(Saccharomycopsis)는 전통발효에서 눈여겨봐야 할 미생물이다. 

  

대표적인 사카로마이콥시스 피브리게라(Saccharomycopsis fibuligera)는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나 곡물발효의 당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사카로마이세스(Saccharomyces) 계열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전환하고, 젖산균은 산을 만들어 발효환경을 안정화시킨다.

  

식초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누룩이 곡물의 전분을 풀어 당을 만들고, 효모가 알코올을 만들면 비로소 초산균이 등장해 알코올을 초산으로 바꾼다. 결국 전통식초는 ‘누룩→당화→알코올발효→초산발효’라는 미생물의 릴레이 경기인 셈이다.

  

2025년 국제식품미생물학회지에 발표된 한국 전통 쌀식초 연구는 이 사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고속 앰플리콘 분석, 샷건 메타게노믹스(shotgun metagenomics)와 샷건 메타게놈 분석(meta-metabolomics)를 이용해 전통 쌀식초 제조과정을 추적했다. 

  

누룩을 넣은 뒤에는 곰팡이·효모·젖산균이 함께 당화와 알코올발효에 관여했으며, 이후 초산발효에서는 아세토박터(Acetobacter) 계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생산자마다 누룩과 미생물 구성이 달라 최종 식초의 미생물과 대사산물 역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우리 전통식초 산업의 미래가 있다. 좋은 식초를 만들기 위해 산도만 측정해서는 부족하다. 어느 누룩을 사용했는지, 어떤 곰팡이와 효모가 당화를 담당했는지, 어떤 젖산균이 발효환경을 만들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송학곡자와 같은 상업용 전통누룩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룩 한 장 속에는 조상들이 수백 년 동안 이어온 미생물 자원이 숨어 있다. 이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만 보존할 것이 아니라 미생물 군집과 효소, 향기성분, 유기산의 관계까지 밝혀야 한다. 전통식초의 경쟁력은 어쩌면 식초병 안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한 장의 누룩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곽경자. 2026. 어머니들이 지켜낸 K-발효의 뿌리, 금주령도 꺾지 못한 누룩.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7-27). 

저속노화를 담은 한 그릇, 여름 별미 서리태 콩국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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