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촌융복합산업체를 운영하는 많은 경영자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거나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다. 시설을 갖추고, 가공장비를 도입하며, 브랜드를 개발하고, 상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지원사업은 큰 힘이 된다. 특히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농업인과 농촌기업에게 지원사업은 사업의 문을 열어 주는 중요한 디딤돌이다.
문제는 디딤돌이 목적이 되는 경우이다. 지원사업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인데, 일부 업체는 지원사업 자체가 사업의 목표가 되어 버린다. 하나의 사업이 끝나면 또 다른 사업을 찾고, 그 사업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공모를 준비한다. 그 결과 지원사업은 많지만 정작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표상품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 농촌융복합산업체를 방문하다 보면 이러한 사례를 종종 접한다. 각종 인증서와 현판이 사무실 벽을 가득 채우고, 최신 가공장비도 갖추고 있다. 지원사업 실적도 화려하다. 그러나 매출을 살펴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생산은 이루어지지만 판로가 안정되지 않았고, 판매는 이루어지지만 반복 구매가 적다. 결국 새로운 지원사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농촌융복합산업의 핵심은 지원금이 아니라 소비자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최신 장비를 도입해도 소비자가 찾지 않는 상품은 지속될 수 없다. 반대로 규모가 크지 않아도 꾸준히 판매되는 대표상품을 가진 업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시장이 사업을 키우는 것이지 지원사업이 사업을 유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지원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업체는 늘 바쁘다. 새로운 공모사업을 찾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발표를 준비하고, 결과보고서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사업이 선정되면 다시 장비를 구입하고 시설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개발과 품질 향상, 고객 관리, 판매 확대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생력을 갖춘 업체는 바쁜 모습이 조금 다르다. 대표는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기보다 시스템을 관리한다. 생산은 생산대로, 판매는 판매대로 체계가 갖추어져 있고,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거나 거래처를 확대하고, 고객의 의견을 분석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이는 사업이 사람의 노력보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원사업의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원금으로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그 장비를 활용하여 꾸준히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상표를 등록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기억하고 다시 찾도록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지원사업은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일 뿐, 경쟁력 자체는 아니다.
농촌융복합산업체가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할 것은 생산과 판매의 선순환 구조이다. 하나의 대표상품이 꾸준히 판매되면 생산계획을 세울 수 있고, 생산이 안정되면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품질이 안정되면 고객의 신뢰가 높아지고, 신뢰는 재구매와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가 형성되면 지원사업이 없어도 사업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표상품의 집중 육성이다. 일부 업체는 새로운 지원사업을 받을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 상품 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어느 하나 시장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하나의 대표상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상품이 성장하면 제2의 상품, 제3의 상품도 자연스럽게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원사업은 필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지원사업을 활용해야 한다. 이 순서가 바뀌면 사업은 공모 일정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시장보다 행정에 더 민감한 구조가 된다. 결국 공모사업이 끝나면 사업도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농촌융복합산업의 경쟁력은 지원사업의 개수가 아니라 자생력에 있다. 지원사업은 출발을 돕는 디딤돌이지만, 지속적인 성장은 시장에서 선택받는 상품과 안정적인 판매 시스템이 만든다.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았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다시 찾는가를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농촌융복합산업체가 오래 살아남고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지역의 이야기를 상품에 담아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7.28.).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다음 주력상품은 언제 준비해야 하는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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