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전남의 농촌융복합산업체 몇 군데를 방문해 상품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상품 특성을 살펴 본 후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부ㅠ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음에도 정작 상품에서는 그 지역만의 특징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어디에서 만들었는지는 표시되어 있지만, 왜 그 지역에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했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상품이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이라는 느낌은 약한 것이었다.
농촌융복합산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하여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다. 농업과 가공, 체험, 관광을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그렇다면 상품 역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기는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그 상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차별성에 있다.
대기업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대형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농촌융복합산업체는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 대신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이야기와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농산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유자차라도 어느 지역에서나 만들 수 있다면 소비자는 가격을 비교하게 된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기후와 토양, 재배 역사, 지역의 음식문화와 연결된 이야기가 담기면 상품은 단순한 유자차가 아니라 그 지역을 경험하는 상품으로 바뀐다. 소비자는 물건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는 상품보다 스토리를 소비한다는 말이 있다. 같은 품질이라면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자의 철학, 지역의 역사, 전통기술, 자연환경은 모두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자산이 된다. 이러한 요소는 규모가 작은 업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전남은 이러한 자산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바다와 갯벌, 섬, 산림, 차 문화, 남도 음식, 천연염색, 전통공예, 역사문화자원 등 다른 지역에서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소재가 많다. 그러나 실제 상품을 보면 이러한 자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좋은 지역 원료를 사용했음에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포장과 이름, 설명으로 인해 지역성이 희석되는 것이다.
상품의 차별화는 원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품명에서도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고, 디자인에서도 지역의 색과 문양을 활용할 수 있다. 포장에는 지역의 풍경과 문화유산, 전설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며, 설명서에는 생산자의 철학과 지역의 역사, 농산물의 특징을 함께 소개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소비자에게는 큰 차별성으로 다가온다.
지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이름은 품질을 보증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샴페인, 이탈리아의 파르마 햄, 일본의 고베 쇠고기처럼 지역 이름 자체가 상품의 경쟁력이 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다. 그런데 지역 이름만 붙인다고 지역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의 사용, 그 지역만의 특징과 역사, 생산 방식, 품질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신뢰이기 때문이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 체험 프로그램도 지역성과 연결될 때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음식 만들기, 지역 전통문화와 연계한 공예 체험, 지역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체험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경험한 방문객은 상품을 구입하고 다시 찾는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성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생활문화, 전통기술, 음식, 축제, 인물 등을 조사하고 상품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산물만 바라보지 말고 그 농산물이 자란 지역 전체를 하나의 자원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농촌융복합산업의 경쟁력은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역의 특색을 더욱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다.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상품, 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은 대기업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된다. 앞으로의 농촌융복합산업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산업을 넘어 지역의 가치를 판매하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구매한다. 지역성을 살린 상품 하나가 지역의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가 다시 농촌융복합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남의 농촌융복합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좋은 농산물에 지역의 이야기를 더하는 일, 바로 그 작은 차별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다음 주력상품은 언제 준비해야 하는가. 허북구농업칼럼(2026.7.27.).
허북구. 2026.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주력상품에도 수명이 있다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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