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존 뮤어의 숲 철학과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7-16 08:53:15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의 효과는 프로그램 못지 않게 어떤 환경에서 치유가 이루어지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대 환경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뮤어(John Muir)의 사상은 치유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존 뮤어는 1838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평생 숲과 산을 탐험하며 자연을 연구했고, 자연을 인간이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고 주장했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보존 운동을 이끌었으며, 여러 국립공원 지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미국 국립공원 제도의 정신적 기반에는 그의 철학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숲을 목재 생산지나 개간 대상 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나 존 뮤어는 숲을 인간의 정신과 삶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이해했다. 그는 "숲으로 가면 필요한 것을 얻게 된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마음의 평안과 삶의 균형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치유농업의 철학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치유농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농촌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 속에서 오감을 자극하고, 생명의 변화를 관찰하며, 자연과 관계를 맺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핵심이다. 숲과 들판, 텃밭과 과수원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회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존 뮤어는 숲을 걸으며 나무와 바위, 물소리, 바람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러한 태도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방문객에게 많은 설명을 하는 것보다 자연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더 큰 치유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유농업 현장에서는 숲길 걷기, 꽃과 나무 관찰, 계절 변화 기록하기, 새소리 듣기, 허브 향 맡기, 흙을 만지는 활동 등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과 만나는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설계하느냐이다.

  

존 뮤어는 자연을 작은 요소로 나누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바라보았다. 그는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숲의 나무 한 그루도 흙과 물, 곤충, 새, 미생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생태학의 기본 원리와도 일치하는 이 생각은 치유농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치유농업에서도 작물만 바라봐서는 충분하지 않다. 농장의 풍경, 숲, 물길, 곤충, 새, 바람, 햇빛까지 모두 치유자원이 될 수 있다. 치유농장을 설계할 때도 체험장 하나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 숲길과 쉼터, 전망 공간, 계절별 식생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유는 특정 시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존 뮤어의 철학은 치유농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치유 콘텐츠를 늘리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연 자체가 가진 치유력을 참여자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숲이라도 어떻게 걷게 하고, 어디에서 쉬게 하며, 무엇을 바라보게 하는가에 따라 치유의 깊이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치유농업에서도 인공지능, 디지털 콘텐츠, 스마트농업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프로그램 운영과 안전관리, 고객 관리 측면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기술이 자연을 대신할 수는 없다. 치유의 본질은 여전히 자연과 인간의 만남에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자연을 더 잘 경험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어야지 자연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자연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숲을 찾고, 농촌을 찾으며, 자연 속에서 쉼을 얻기를 원한다. 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치유농업이 성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존 뮤어는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경제적 가치보다 인간의 삶과 행복에서 찾았다. 그의 철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치유농업 역시 생산성과 체험 인원만을 경쟁하는 산업이 아니라 자연의 치유력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가치가 치유농업의 중심이 될 때, 농장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진정한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배우는 자연 속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7.7.)

최연우. 2026. 스티븐 켈러트의 생물친화성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7.1.)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989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민형배 시장, 삼성전자 플랙트그룹 광주공장 착공식 참석
  •  기사 이미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광주여성대회 참석
  •  기사 이미지 순천시새마을회, 국립순천대 의대 설립 촉구 릴레이 성명 동참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