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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현장에서 답을 찾는 농장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7-15 12: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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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은 농업과 치유를 결합한 산업이다. 그래서 치유농업을 이해하려면 농업도 알아야 하고 사람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에만 치우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업 전문가가 치유를 단순한 체험으로 이해하거나, 치유 전문가가 농업을 단순한 공간이나 배경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지속 가능한 치유농업을 만들기 어렵다.

 

필자는 치유농장을 방문할 때 농장주보다 먼저 농장을 둘러본다. 입구에서부터 주차장, 동선, 작물의 상태, 휴식 공간, 화장실, 그늘, 소음, 냄새, 안내판 등을 살펴본다. 방문객이 가장 먼저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머물며, 어떤 불편을 느낄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치유농장은 농장주의 시선보다 이용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문제와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농장마다 만족도가 크게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로그램이 좋아도 이동 동선이 복잡하거나, 휴식 공간이 부족하거나, 계절에 따라 볼거리가 없으면 방문객은 좋은 기억을 갖기 어렵다. 반대로 프로그램이 다소 단순하더라도 풍경이 아름답고, 머물기 편하며, 작은 배려가 느껴지는 농장은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된다.

 

많은 치유농장이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자한다. 물론 프로그램은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농장에서도 쉽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것은 농장의 분위기와 이야기, 공간의 구성, 농장주와 운영자의 태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다. 이러한 요소가 결합될 때 비로소 그 농장만의 치유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현장을 살펴보면 의외로 작은 개선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는 사례가 많다. 방문객 대부분이 지나가는 길목에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농장의 대표 공간을 시그니처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사진 촬영이 증가한다. 사진은 자연스럽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어지고 새로운 방문객을 유치하는 홍보가 된다. 치유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순간이 아니라 농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계절성이다. 농업은 계절에 따라 모습이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일부 치유농장은 사계절 내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는 농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봄에는 새싹과 꽃, 여름에는 녹음과 물, 가을에는 수확과 색채, 겨울에는 휴식과 준비라는 계절의 변화를 프로그램 속에 담아야 한다. 같은 농장을 여러 번 방문해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야 재방문이 이루어진다.

 

치유농업은 시설을 만들거나 작물을 배재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이용자의 연령과 목적, 계절, 사회 변화에 맞추어 프로그램과 공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처음 만든 프로그램을 몇 년 동안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치유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다.

 

특히 치유농업에서는 농장주의 역할이 매우 크다. 방문객은 작물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농장주와 대화를 나누고 농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같은 공간이라도 농장주의 철학과 진정성이 전달될 때 치유 효과는 더욱 커진다. 결국 치유농장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치유농업은 단순히 체험 횟수를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용자가 머무르고, 공감하고, 다시 찾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공간, 스토리, 서비스, 지역문화, 농장주의 철학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현장을 보고, 방문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작은 불편을 개선하며 축적된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치유농업은 농업에 치유를 더하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중심으로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산업이다. 성공하는 치유농장은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농장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다시 찾고 싶은 치유농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7.6.).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치유콘텐츠의 다양화.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6.26.).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공공가치와 경영의 선순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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