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남광주 농업관광의 새로운 방향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7-09 09:15:57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우리는 흔히 여행(Travel)과 관광(Tourism)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그런데 두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다른 의미가 있으며, 오늘날 농업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행을 뜻하는 영어 트래블(Travel)의 어원은 프랑스어 트라바유(Travail)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트라바유는 노동과 고난을 의미하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의 고문 도구를 뜻하는 트레팔리움(Tripalium)과 연결된다고 한다. 과거의 여행은 험한 길을 걷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된 이동이었다. 살아 돌아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던 시대의 흔적이 단어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반면 투어리즘(Tourism)은 원을 뜻하는 라틴어 토르누스(Tornus)에서 비롯된 투어(Tour)에서 유래했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18세기 영국 귀족들이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문화와 예술, 역사와 학문을 배우고 돌아왔던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오늘날 관광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관광의 본질인 셈이다.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 농업관광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농업관광은 단순히 농장을 방문해 사진을 찍거나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방문객이 농촌에서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얻고, 몸과 마음을 회복한 뒤 일상으로 돌아가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농업관광이 된다.

  

최근 농촌에서는 치유농업, 농촌체험, 농가맛집, 전통문화 체험, 농촌교육농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곳에서는 체험 프로그램 자체를 운영하는 데 만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산물을 수확하고, 화분을 만들고, 음식을 만드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왜 의미 있는 경험인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까지 전달할 때 관광의 가치는 한층 높아진다.

  

예를 들어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농업과 자연자원을 가진 지역이다. 차 문화가 살아 있는 해남의 돈차, 보성과 장흥의 차 문화, 광양의 백운산 고로쇠, 완도의 해조류, 나주의 배, 담양의 대나무, 신안의 천일염, 강진의 청자문화 등은 각각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

  

이들 자원을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음식문화, 치유와 웰니스, 공예와 예술, 생태환경과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엮을 때 방문객은 단순한 체험객이 아니라 지역의 팬이 된다. 관광객은 물건만 사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다시 찾고 싶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게 된다.

  

앞으로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농업관광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광주는 문화예술과 디자인, 음식, 국제행사 등의 도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전남은 풍부한 농업과 자연환경, 전통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도시와 농촌를 잇는 새로운 농업관광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광주에서 예술과 미식을 경험한 관광객이 전남의 농촌으로 이동해 차를 만들고, 천연염색을 체험하며, 치유농장에서 자연을 느끼고, 지역 음식을 맛본 뒤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순환형 관광은 '투어(Tour)'의 의미와도 잘 맞는다. 도시와 농촌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이야기다. 농부의 삶, 마을의 역사, 전통기술, 지역음식의 유래, 농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함께 전달될 때 관광은 소비가 아니라 공감이 된다. 인공지능은 여행 일정을 추천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농부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정성과 지역이 가진 삶의 이야기를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정답과 효율을 빠르게 제시한다. 그러나 관광은 효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감동과 기억, 호기심과 배움은 데이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어쩌면 농업관광의 경쟁력은 이러한 '조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여행의 어원을 이해하면 이동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관광의 어원을 이해하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경험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이제 전남광주의 농업관광도 단순한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고 다시 찾게 만드는 관광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이 농업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의 미래를 여는 지속가능한 농업관광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일본의 가스트로노미 관광과 전남 청년창업농의 가능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5.13.).

허북구. 2026. 100년 된 우물에서 찾은 전남 농촌관광의 해법.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2.23.).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954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군, 주월산 패러글라이딩활공장에서 만나는 압도적 여름 절경
  •  기사 이미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  기사 이미지 초여름의 수채화, 숲속에 펼쳐진 수국…보성 윤제림의 화려한 초여름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