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한 치유농장으로부터 농촌진흥청의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을 받기 위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현장을 둘러보던 중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했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화장실과 휴게시설, 창고 등의 일부 시설이 건축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설을 먼저 합법화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농장주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합법화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인증을 받아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면 차라리 인증을 포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농장의 사례는 단순히 불법 건축물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법을 무시하려고 시설을 설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치유농장을 운영하면서 참여자가 늘어나자 화장실이 필요했고, 휴게공간이 필요했으며, 체험 준비를 위한 공간도 하나둘씩 마련하게 되었다. 현장의 필요에 따라 시설을 갖추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인허가 절차를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일부 시설이 치유프로그램 운영과 이용객 편의를 위해 담당 부서와 협의하거나 안내를 받는 과정에서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건축법상 필요한 절차까지 함께 안내되지는 못했다. 담당 공무원의 잘못이라기보다 행정체계의 구조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기능별로 나누어져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부서가 담당하고, 건축 인허가는 건축부서, 농지 관련 업무는 또 다른 부서가 맡는다. 소방과 위생 역시 각각 담당 부서가 다르다. 행정은 전문성을 위해 분업되어 있지만, 농업인은 하나의 농장을 운영한다. 행정의 칸막이는 공무원의 업무 구분일 뿐, 농업인의 현실은 아니다.
결국 농업인은 치유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이용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설을 설치했지만,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법적 문제를 알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한 농장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치유농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 비슷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례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불법 시설을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한 경험을 어떻게 정책의 자산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새로운 정책과 제도는 아무리 치밀하게 설계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한 농장에서 발생한 사례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와 행정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치유농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교육농장 인증, 각종 농업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사업 담당 부서에서는 필요하다고 안내한 사항이 다른 법령에서는 별도의 허가나 신고 대상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하면 농업인은 의도하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례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담당 공무원 교육과 컨설팅, 사업지침, 체크리스트, 사전 안내자료 등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미리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은 새로운 제도를 계속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타난 경험을 배우고, 그 경험을 다음 정책과 행정에 반영하여 국민의 시행착오를 줄여 주는 정책이다. 정책은 책상 위에서 설계되지만, 완성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현장의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때 농업정책은 더욱 신뢰받을 것이며, 농업인도 보다 안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치유농장의 역설, 치유를 꿈꾸다 범법자가 되는 현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킬럼(2026.1.31.).
허북구. 2026. 치유농업의 지속가능성 3요소 이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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