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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시 출범, 민선 9기 농업의 성패는 방향에 달렸다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7-02 08: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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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7월 1일부로 민선 9기가 공식 출범했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출범은 언제나 희망과 기대를 안겨 준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성패는 취임식에서 제시한 비전과 공약이 아니라 임기 말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필자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산품 개발과 농촌자원 활용 등을 주제로 강의해 왔다. 강의를 맡으면 특산품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산업구조, 주민들의 생활문화와 정체성까지 조사하고 해외의 유사 지역 사례와 비교·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늘 확인하는 것은 지역 농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방향 설정이라는 점이다.

  

지역마다 자연환경과 농업, 문화자원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지는 정책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같은 여건에서도 어떤 지역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어떤 지역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차이는 자원의 양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안목과 전략에서 비롯된다.

  

초선 단체장은 지역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기 쉽다. 그러나 준비만 하다 임기를 보내서는 안 된다. 재선은 자신의 철학을 본격적으로 실현할 기회이고, 3선은 지역의 산업 기반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방향을 잘못 잡으면 시간과 예산, 행정력을 되돌리기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책과 인사의 방향이다. 농업은 품목과 유통, 소비시장, 기후변화, 농업기술, 문화자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인 만큼 전문가와 현장 공무원의 의견이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농정을 책임질 간부와 실무자 역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기준으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한다.

  

좋은 정책도 사람을 잘못 쓰면 성과를 내기 어렵고, 잘못된 인사는 잘못된 정책만큼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문성과 객관적 검토보다 단체장의 제한된 경험이나 정치적 고려, 개인적 판단이 정책과 인사를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결정이 마치 올바른 방향인 것처럼 추진되는 일이다. 전문가와 담당 공무원의 의견을 정책을 보완하는 과정이 아니라 반대 의견으로만 받아들이면 행정은 위험해진다. 정책은 토론과 검증을 거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양한 의견을 차단한 채 단체장의 직관만 앞세우면 지역 농업은 실험장이 되고, 그 결과는 결국 주민들이 감당하게 된다.

  

농업정책은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품목 선택이 잘못되면 농가소득 기반이 흔들리고, 가공시설을 잘못 조성하면 운영 부담만 남는다. 지역 정체성과 맞지 않는 특산품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보여주기식 사업은 시설만 남기기 쉽다. 농업은 계절과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기에 정책 실패의 대가는 더욱 크다.

  

민선 9기 출범은 객관적인 자기 진단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공약과 지난 민선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사업 건수보다 농가소득 증가, 청년 유입, 브랜드 가치, 특산품 경쟁력 등을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관광객 이동과 소비패턴, 온라인 관심도, 농산물 판매, 인구 변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반응 등을 함께 분석하고 해외 유사 지역과 비교하면 정책의 강점과 한계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제 농업은 생산량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음식, 치유, 관광, 공예, 환경을 결합한 융복합 전략이 지역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는 새로운 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따라서 단체장은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가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현장 공무원의 경험을 존중하며, 데이터를 통해 정책을 검증하고,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단체장의 결단은 충분한 검토와 공정한 인사 위에서 비로소 힘을 얻는다.

  

따라서 민선 9기 농업의 성패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을 실천할 사람을 제대로 쓰는 데 달려 있다. 이는 전남광주통합시뿐 아니라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과제다. 현장의 지혜와 전문성, 데이터에 기반한 농정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인사 개편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12.).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새해 인사 발령이 던지는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2.).

허북구. 2025. 지자체장 맘대로 인사에 지역 농업 멍든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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