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20년, 30년 동안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반면 집에서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오신 아버지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서도 늘 새로운 꿈을 꾸고 계셨다.
아버지는 농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셨고, 어머니는 언젠가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셨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농업이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2023년 귀농을 결심했다. 그러나 귀농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었다. 뜨거운 여름철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매일 반복되는 농장 일은 체력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농사일은 휴일도 거의 없었다. 농장에서 일하고, 배우고, 다시 일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농업의 ‘농’ 자도 모르던 왕초보였던 나는 하루하루를 배우며 버텨야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농업기술센터 청년농업인 교육에 참여하게 된 것도 큰 전환점이었다. 다양한 농업인들과 함께 농작물을 재배하며 농업을 배우기 시작했고, 교육 과정에서 얻은 수익금과 기부금을 모아 귀농 첫해 무안군 여성 청소년들에게 위생용품을 기부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다시 깨달았다.
어릴 적부터 변하지 않았던 나의 마음, 바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대학 시절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했던 시간, 보육원 봉사를 하며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았던 기억은 여전히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농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스마트팜 치유농장’이었다.
스마트팜 교육을 받다 보면 대부분의 관심은 생산성과 수익성에 맞춰져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반면 체험농장이나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회의적인 시선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생산 중심의 농업과 치유 중심의 농업은 서로 다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때때로 흔들렸다. 과연 내가 꿈꾸는 길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사 2급 양성과정은 그러한 고민에 확신을 주는 시간이었다. 교육 과정에서 교수님들은 미래의 치유농업이 단순한 체험농장을 넘어 스마트농업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생산성과 기술을 갖춘 스마트팜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은 내가 그동안 품어왔던 꿈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교육을 받기 위해 무안에서 완주까지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기차로 통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피곤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오히려 나의 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현재 우리 농장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30년 동안 토마토를 재배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앞으로는 여름에는 토마토, 겨울에는 딸기를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다.
매일 새벽 딸기를 돌보며 수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농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농약을 최소화하다 보니 때로는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정말 맛있다”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을 보면 모든 수고가 보람으로 바뀐다. 농업은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는 정성껏 키운 동백나무를 바라보며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렇게 예쁜 나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그 말씀 속에는 치유농업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나누고, 사람들에게 쉼을 제공하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스마트팜 치유농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평생 흙과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했다. 농업이 주는 정직한 수확의 기쁨을 배웠고, 농촌이 가진 따뜻한 에너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장면들도 수없이 보아 왔다. 치유농업사 2급 양성과정은 나에게 단순한 교육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왜 농업을 선택했는지, 앞으로 어떤 농업인이 되고 싶은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나는 스마트기술과 농업,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연결하는 치유농장을 만들고 싶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을 넘어 자연을 통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치유농업사가 되고 싶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진정한 회복이다. 나는 농업이 그 회복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스마트팜 치유농장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미래이며, 치유농업사로서 걸어가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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