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치유농업에서는 프로그램의 효과뿐만 아니라 참여자가 공간과 환경을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지과학자이자 디자인 이론가인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 1935~ )이 제시한 감성디자인(Emotional Design)은 치유농업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이론적 관점을 제공한다.
도널드 노먼은 미국의 인지과학자이자 디자인 이론가이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로 재직하며 인간의 인지와 사용성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후 애플(Apple)에서 사용자경험 설계(User Experience Architecture) 업무를 담당하였다. 특히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사용자경험(UX)’이라는 용어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과 감성디자인 이론을 발전시킨 대표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일상의 디자인(The Design of Everyday Things)』과 『감성디자인(Emotional Design)』 등의 저서를 통해 디자인과 인간 감정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도널드 노먼은 저서 『감성디자인(Emotional Design)』에서 인간은 사물을 단순히 기능이나 효율성만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따라 경험의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디자인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본능적 수준(Visceral Level), 행동적 수준(Behavioral Level), 반성적 수준(Reflective Level)의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노먼의 감성디자인 이론을 치유농업에 적용해 보면, 치유농업의 효과를 본능적 수준, 행동적 수준, 반성적 수준의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능적 수준은 사람이 어떤 대상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꽃밭, 푸른 잔디, 잘 정돈된 텃밭, 계절마다 변화하는 꽃과 나무는 치유농업 공간에서 참여자에게 긍정적인 첫인상을 제공한다. 꽃이 만발한 정원이나 자연스러운 농촌 경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이는 치유농업에서 공간의 미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행동적 수준은 사용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관련된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 참여자가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수확을 하며, 꽃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거나 농산물을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활동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는 자신의 행동이 결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물이 자라고 꽃이 피며 수확물이 얻어지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과 유능감을 느끼게 된다. 노먼은 사용하기 쉽고 만족스러운 경험이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한다고 보았는데, 치유농업 활동 역시 이러한 행동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반성적 수준은 경험 이후에 형성되는 의미와 기억의 차원이다. 치유농업 참가자는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연과 함께했던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수확한 채소를 가족과 나누거나 자신이 만든 꽃 작품을 집에 가져가 전시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자긍심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노먼이 말한 반성적 디자인 경험과 연결된다.
치유농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감성디자인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유정원을 조성할 때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색채와 형태, 향기, 동선 등을 고려하여 방문자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설계할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 운영 시에도 참여자가 쉽게 성공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공유하거나 전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취감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치유농업은 농산물 생산 자체보다 사람의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감성디자인과 공통점이 있다. 전통적인 농업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치유농업은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좋은 디자인이 기능적 만족뿐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 경험도 제공해야 한다는 노먼의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치유농업에서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손으로 작물을 가꾸고, 수확의 기쁨을 느끼며, 그 경험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 전체가 치유의 중요한 요소이다. 도널드 노먼의 감성디자인 이론은 치유농업이 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안정감, 성취감, 그리고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앞으로 치유농업은 생산 중심의 농업을 넘어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설계하는 감성적 농업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접근은 치유농업의 효과를 더욱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에드워드 윌슨의 생물친화성과 곤충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6.10.).
최연우. 2026.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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