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치유농업, 이제는 치유농장을 이야기할 때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6-09 09:01:22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우리나라 치유농업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였다. 그 배경에는 치유농업이 지닌 공공 가치와 치유 효과가 있었다. 고령화와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농촌 공동체 약화와 같은 사회적 과제가 확대되면서 치유농업은 농업의 새로운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농업을 활용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는 점은 정책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치유농업은 복지와 교육, 보건 분야와 연계되며 제도화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노인과 장애인, 청소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았다. 치유농업 연구 역시 스트레스 완화와 우울 감소, 자아존중감 향상, 사회성 회복 등 치유 효과를 검증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치유농업의 사회적 필요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고, 관련 정책과 예산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치유농업의 성장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도 나타났다. 가치와 효과에 대한 논의는 풍부했지만, 정작 그것을 실현하는 현장인 농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치유농업을 이야기할 때 치유 효과와 프로그램은 강조되었지만, 농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실 치유농업의 출발점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장이다. 치유 프로그램은 농장이 있어야 가능하고, 치유 환경도 농장이 있어야 조성될 수 있다.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자연과 식물, 농촌 경관, 계절의 변화, 농작업의 과정 모두가 농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치유농업의 핵심 자산은 프로그램 이전에 농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책과 연구는 종종 치유 효과를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결과 현장 농장들은 프로그램 운영 실적과 효과 평가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치유농업의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치유농업이 지원사업과 공공사업 중심으로 인식되는 결과도 낳았다. 일부 치유농장은 지원사업이 있을 때는 운영되지만 사업 종료 후에는 참여자 모집과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는 치유 효과와 별개로 지속 가능한 경영 구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치유농업의 중심을 효과에서 농장으로 옮겨야 한다. 이는 치유 효과를 무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치유 효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농장 경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치유 효과는 결과이며,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반은 결국 농장이다.

  

치유농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 체험 프로그램, 교육 서비스, 농산물 판매, 가공품 개발, 관광 연계, 기업 연수, 지역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치유농장의 브랜드를 만들고,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경영 전략도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도 운영 주체가 지속되지 못하면 치유 효과 역시 지속될 수 없다.

 

앞으로의 치유농업 정책 역시 농장 중심의 관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치유 효과 검증과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노력이 투입되었다면, 앞으로는 경영 역량 강화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 마케팅 지원, 고객 관리 체계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치유농장을 하나의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이자 농촌 비즈니스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치유농업의 미래는 공공 가치와 시장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데 있다. 공공성은 치유농업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고, 효과는 그 필요성을 입증해 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가치가 사람을 불러들이고, 내용이 치유 경험을 제공하며, 경영이 이를 지속시키는 구조가 마련될 때 치유농업은 비로소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은 결국 현장을 지키는 농장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나라 치유농업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공공 가치와 효과 중심의 치유농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치유농장을 만드는 치유농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치유농업은 효과를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농장을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치유농업의 미래는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더 오래 지속되는 치유농장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심산유곡 치유농장, 그런데 상품이 보이지 않았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6.1.).

허북구. 2025. 치유농업과 마케팅 3요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농업칼럼(2026.5.23.).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핵심 상품, 치유의 가치와 가격. 전남인터넷신문 허북농업칼럼(2026.5.21.).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797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계곡물에 풍덩!” 보성군 제암산자연휴양림서 즐기는 한여름 피서
  •  기사 이미지 짙어가는 녹음, 푸른 들녘 품은 보성강의 한여름
  •  기사 이미지 “아빠와 엄마가 함께라 더 즐거워요!”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