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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의 실정에 맞는 AI 모델 구축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6-02 08: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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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금은 AI(인공지능)의 시대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라는 말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상담까지 수행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병해충 진단, 생육 분석, 수확량 예측, 자동 관수와 환경 제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변화는 다른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혁신은 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왔다. 산업혁명 당시 직조기계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을 걱정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간은 기계와 경쟁하는 대신 기계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다. 오늘날 AI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정보를 제공하고 계산하며 반복 작업을 수행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감정과 관계, 체험과 휴식,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더욱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는 인간을 ‘노는 인간(Homo Ludens)’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단순히 생산하고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놀고 느끼고 관계를 맺으며 문화를 만드는 존재라는 의미다. AI가 생산과 분석을 담당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자연 속에서 머물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손으로 만들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경험을 더 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남 농업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전남은 전국 최대 농업지역이지만 동시에 전국 최대 친환경농업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농촌관광, 치유농업, 정원문화, 슬로푸드, 전통음식, 섬과 바다, 산림과 생태자원 등 인간의 감각과 경험을 자극하는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며 앞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큰 분야들이다.

 

그렇다고 AI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전남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전남의 현실에 맞는 AI 모델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AI 농업기술은 대규모 시설원예나 기업형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전남 농업은 가족농 비중이 높고 벼농사와 과수, 노지채소, 축산, 친환경농업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다. 네덜란드형 스마트팜이나 해외의 대규모 농업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남형 AI는 무엇보다 현장 중심이어야 한다. 고령 농업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의 기후와 토양, 재배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진 한 장으로 병해충을 진단하고, 음성으로 농작업 정보를 제공하며, 농업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기술의 수준보다 활용의 편의성이 더 중요하다.

 

또한 전남은 AI를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활용해야 한다. AI가 농업 생산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며 농산물 유통을 최적화하는 동안 농업인은 치유농업과 농촌관광, 음식체험, 정원문화, 웰니스 프로그램과 같은 인간 중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생산은 AI가 돕고, 경험은 사람이 만드는 구조다.

 

특히 치유농업은 AI 시대에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환경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꾸며 자신의 속도를 회복하는 경험을 원한다. 음식치유 역시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함께 만들고 나누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가치가 된다. 정원과 숲길, 농촌 마을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AI가 제공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인간적인 경험이다.

 

따라서 전남 농업의 미래 전략은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하나는 AI를 활용한 생산 혁신이다. 다른 하나는 AI 시대에 더욱 가치가 높아지는 인간 중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과 사람다움을 회복시키는 경험 산업이 함께 성장할 때 전남 농업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 농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느냐에 있지 않다. 지역의 특성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감각과 관계, 치유와 경험의 가치를 얼마나 산업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남형 AI 모델은 기술 중심 모델이 아니라 사람 중심 모델이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전남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디지털농업 시대, 용어 현장 중심으로 가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5.11.).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AI와 스마트농업의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4.23.).

허북구. 2026. 전남형 그린바이오, AI 융합 없이는 미래 없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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