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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AI 농업과 대만의 온실 의사 및 온실 코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6-01 08: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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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의사결정지원시스템(DSS) 등은 최근 농업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를 들었을 때 쉽게 이해하는 농업인은 많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현장의 농업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활용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기술을 설명하는 언어다.

 

이 점에서 대만의 AI 농업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대만 농업부(MOA)와 농업시험소(TARI)는 스마트농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AI 기반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농업인들에게 설명할 때 어려운 정보기술 용어 대신 ‘온실 의사(Greenhouse Doctor)’와 ‘온실 코치(Greenhouse Coach)’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제 의사나 독립적인 제품명이 아니라 AI가 온실 상태를 진단하면 ‘온실 의사’, 관리 방법을 제안하면 ‘온실 코치’라고 부른 것이다.

 

이 표현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건강을 의사가 진단하고 건강 코치가 관리 방법을 알려주듯이, AI가 온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관리 방법을 제안한다는 의미다. 복잡한 기술을 농업인의 언어로 바꾸어 전달한 것이다.

 

농업은 오랫동안 경험의 산업이었다. 농부들은 하늘의 색을 보고 날씨를 짐작하고, 작물의 잎색과 생육 상태를 보며 물을 주고 비료를 공급했다. 숙련된 농업인의 경험은 지금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경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대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난초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온실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온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 광량, 이산화탄소 농도, 환기 상태, 에너지 사용량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분석한다. 여기서 온실 의사의 역할이 시작된다.

 

온실 의사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온실 상태를 진단한다.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 병해 발생 위험이 커졌는지, 관수량이 과도한지, 환기가 부족한지, 냉난방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찾아낸다. 사람의 건강검진에서 혈압과 혈당, 체온을 분석하여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온실 코치는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언제 환기창을 열어야 하는지, 관수량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냉난방 장치를 언제 가동해야 하는지, 이산화탄소 공급은 어느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제안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AI에 대해 농업인을 대체하는 기술로 보지 않는다. 대만은 이를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AI가 농민의 경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보완하고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전남 농업도 지금 AI 농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환경제어 시스템 구축, 드론 활용, 병해충 예측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한 시설 보급을 넘어 농업인의 판단을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남의 딸기와 토마토, 파프리카, 멜론 재배 농가에 ‘전남형 온실 의사’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병해 발생 가능성과 에너지 낭비 요인을 진단하고, ‘전남형 온실 코치’가 관수와 환기, 양액 공급 방법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차 재배와 과수, 화훼, 양식업 분야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남이 대만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은 기술 자체보다 접근 방식일 수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현장 농업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만은 어려운 기술 용어 대신 ‘온실 의사’와 ‘온실 코치’라는 친숙한 언어를 사용해 농업인의 이해를 도왔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기술을 이해시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AI 시대의 농업 경쟁력은 더 많은 센서와 더 비싼 장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농업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서비스일 수 있다. 대만의 온실 의사와 온실 코치는 전남 AI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허북구. 2026. 디지털농업 시대, 용어 현장 중심으로 가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5.11.).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AI와 스마트농업의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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