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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통합시 농업 공약, 연결 빠졌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4-14 08: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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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산업 구조, 생활권, 소비 구조가 함께 재편되는 사건이다. 특히 농업은 이 변화의 중심에 놓일 수 있는 분야이다. 생산은 전남에, 소비와 유통은 광주에 집중된 현재 구조를 보면, 통합은 곧 농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통합시장 후보들의 농업 공약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크다. 상당수 공약이 여전히 ‘전남 농업’ 또는 ‘광주 정책’이라는 기존 틀에 머물러 있다. 통합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 속에서 농업이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계가 부족하다. 말 그대로 ‘합쳐진 이후’를 전제로 한 공약이 아니라, ‘지금 상태’를 기준으로 한 정책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생산 중심 공약이다. 스마트팜 확대, 시설 현대화, 청년농 육성 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통합이 아니어도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다. 통합시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의 확대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 유통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전남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광주 도심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어떤 방식으로 가치가 높아지는지에 대한 설계가 빠져 있다면, 통합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통합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시장 구조의 재편’이다. 광주는 이미 대규모 소비시장과 외식, 유통, 교육, 관광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남의 농업이 이 구조와 연결되면 단순한 원물 공급을 넘어 가공, 체험, 관광, 교육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공약에서는 이러한 확장 구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생산-출하-판매라는 단선적 흐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광주가 정책적으로 추진해 온 AI 산업과 전남 농업의 결합이다. 광주는 인공지능 중심도시를 목표로 데이터, 산업, 인력 양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그렇다면 통합시 공약에서는 이러한 기반을 농업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농업기계 자동화, 스마트팜 환경 제어, 작물 생육 데이터 분석, 수급 예측 시스템 구축 등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현재 공약에서는 이러한 결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AI는 AI대로, 농업은 농업대로 따로 존재하는 구조이다. 통합의 의미가 ‘공간의 결합’이 아니라 ‘산업의 결합’에 있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광주의 기술과 전남의 현장이 연결될 때 비로소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전남이 추진해 온 정책과 광주의 인적 자원을 연결하는 관점도 부족하다. 전남은 치유농업, 농촌체험, 지역 음식문화 등 다양한 자원을 축적해 왔다. 이 자원은 단순히 농촌 내부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광주의 인구와 연결될 때 비로소 확장성을 갖는다. 도시의 시민이 정기적으로 농촌을 찾고, 체험과 소비가 반복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생활형 소비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기반 연결 전략’ 역시 공약에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일부에서 농촌관광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 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광주의 인구를 어떻게 전남 농업과 지속적으로 연결할 것인지, 어떤 경로와 구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유통과 가격 구조에 대한 접근도 아쉽다. 통합시가 되면 물류 효율화와 직거래 확대, 온라인 유통 강화 등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 특히 광주의 소비 기반을 활용하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공약에서는 여전히 기존 유통망을 전제로 한 개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통합이라는 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방향이다. 지금의 공약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지만, 통합시에서 필요한 것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생산과 소비, 기술과 현장,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것은 단순한 비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금 제시된 공약이 부족하다면, 당선 이후 정책 과정에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통합시는 진정한 의미는 정책의 재구성을 통해 완성된다. 특히 AI와 농업의 결합, 도시 인구와 농촌 자원의 연결과 같은 핵심 과제는 초기 단계에서 방향이 설정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수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농업에 있어 분명한 기회이다. 그러나 그 기회는 기존 정책을 단순히 확장하는 수준으로는 새로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합 이후의 변화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설계, 그리고 그 설계를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업 공약은 더 이상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통합시를 이야기하면서도 통합 이후의 농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 공약은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 농업, 순환경제 구조를 설계할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10)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 농촌관광으로 넓어지는 농업의 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9)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의 농업, 지역 먹거리 전략을 다시 세울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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