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과도한 정보와 경쟁, 빠른 생활 리듬 속에서 심리적 피로를 경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회복과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가 주목받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약점이나 병리보다 인간이 지닌 강점과 덕성, 의미와 행복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숭고함(elevation)’이다.
숭고함 개념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대표적인 학자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1963– )이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예일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버지니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 등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 온 도덕심리학 연구자이다. 하이트는 인간이 타인의 선행이나 도덕적 행동을 목격할 때 특별한 감정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숭고함(elevation) 또는 도덕적 고양(moral elevation)이라고 불렀다.
숭고함은 단순한 기쁨이나 즐거움과는 다른 감정이다. 누군가의 헌신적인 행동을 보거나 인간의 이기심을 넘어서는 선한 모습을 마주할 때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가슴이 따뜻해지고 깊은 감동이 생긴다. 이러한 경험 이후에는 타인을 돕고 싶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하이트는 이러한 감정이 인간 사회에서 협력과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심리적 기제라고 설명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숭고함이 인간관계뿐 아니라 자연 경험에서도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웅장한 산을 바라보거나 깊은 숲 속에서 생명의 흐름을 느낄 때 인간은 자신이 자연 속의 일부라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인간의 자아 중심적 사고를 완화시키고 마음의 시야를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환경심리학 연구에서도 자연환경이 인간의 정서 안정과 심리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자연 속 경험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주의 집중을 회복시키며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고양시키는 심리적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치유농업은 자연 속에서 숭고함을 경험하게 하는 실천적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과 농촌 자원을 활용하여 인간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기능을 안정시키는 활동이다. 씨앗을 심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은 생명의 순환을 직접 체감하게 한다.
특히 식물을 돌보는 경험은 인간의 감정을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특징을 지닌다. 식물은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지만 꾸준한 관심과 시간을 요구한다. 물을 주고 햇빛을 살피며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속에서 참여자는 기다림과 돌봄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확장시킨다.
치유농업 현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농작업에 참여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참여자의 일을 도와주거나 함께 식물을 돌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적 관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연 속에서 경험하는 숭고함은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며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은 인간의 삶을 다시 자연의 시간 속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경험은 삶의 속도를 완만하게 하고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숭고함은 인간이 자신보다 큰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에서 비롯된다. 자연은 그러한 경험을 가장 쉽게 제공하는 공간이다. 흙 속에서 자라는 식물과 계절의 변화는 인간에게 겸손과 경외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너선 하이트의 긍정심리학은 치유농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서 경험하는 숭고함은 사람의 마음을 넓히고 타인을 향한 선한 행동을 촉진한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작은 감동이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다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치유농업은 바로 그 변화가 시작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흙에서 배우는 통제감, 줄리언 로터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3.12.).
최연우. 2026. 조건반사에서 회복으로, 이반 파블로프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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