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음양오행으로 풀어보는 산림치유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3-11 09:02:41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봄이 시작되면 만물이 소생한다. 얼어 있던 땅이 풀리고, 나무는 연둣빛 싹을 틔운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은 다시 위로 솟아오른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이는 오행 가운데 ‘목(木)’에 해당한다. 목은 시작과 생장, 뻗어 오름의 기운이다. 정지와 수렴의 계절이었던 겨울(水)의 흐름이 지나고, 이제 기운은 밖으로 확장된다. 숲은 이 목의 기운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산림치유를 이해할 때 이 봄의 장면은 중요한 상징이 된다. 인간의 몸과 마음도 계절처럼 수축과 확장을 반복한다. 과도한 긴장과 경쟁 속에서 우리는 종종 겨울과 같은 상태에 머문다. 기운은 안으로만 모이고, 생각은 굳어지며, 감정은 쉽게 얼어붙는다. 이때 숲을 찾는 일은 봄을 맞이하는 행위와 같다. 움츠린 기운이 서서히 풀리고, 호흡은 깊어지며, 마음은 다시 바깥 세계와 연결된다.

 

음양의 관점에서 보아도 봄은 흥미롭다. 겨울의 음(陰)이 극에 달하면 그 속에서 양(陽)이 움튼다. 새싹은 어둠과 차가움 속에서 준비된 양의 발현이다. 숲길을 걷는 일 역시 그러하다. 고요한 숲의 정적(陰) 속에서 몸의 움직임(陽)이 조화를 이룬다. 햇빛이 비치는 양지와 서늘한 음지, 바람의 흐름과 나무의 고요함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균형을 회복한다.

 

오행으로 확장해 보면 숲은 다섯 기운이 입체적으로 순환하는 장소다. 봄의 나무와 새순은 목(木), 따뜻한 햇살은 화(火), 대지는 토(土), 맑은 공기와 숲 향은 금(金), 계곡과 이슬은 수(水)의 기운이다. 이 다섯 요소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를 살리며(相生) 생태계를 이룬다. 인간의 오장 또한 이와 대응된다고 보았다. 푸른 숲을 바라보며 깊게 숨 쉬는 경험은 간과 폐의 기운을 부드럽게 하고, 햇볕 아래에서의 이완은 심장의 순환을 돕는다. 이는 상징을 넘어 감각 자극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준다는 현대 연구와도 맞닿는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음양오행의 틀은 실천적 기준이 된다. 활동 중심의 걷기와 체험(陽)과 명상·호흡 같은 고요한 시간(陰)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물·흙·햇빛·나무·바람을 고루 경험하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봄철에는 목의 기운을 살리는 프로그램, 즉 새싹 관찰, 숲 해설, 완만한 트레킹을 통해 ‘생장의 감각’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단순한 야외 활동이 아니라, 계절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따라서 산림치유는 숲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의 순환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이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듯, 인간 또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음양오행의 원리는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읽는 지혜다. 올봄, 숲에서 목의 기운을 느끼며 자신 안의 새싹을 깨워 보자. 그것이 음양오행으로 읽는 산림치유의 가장 자연스러운 실천일 것이다.

  

봄날 숲에 서면 우리는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을 느낀다. 이는 단지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겨우내 수축되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자연의 확장 리듬과 다시 맞물리기 때문이다. 새순이 돋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나도 다시 자랄 수 있다’는 무언의 신호를 받는 경험과 같다.

 

음양오행은 자연을 해석하는 틀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성찰하는 거울이다. 목의 기운은 단지 나무의 생장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의지와 희망의 발현이기도 하다. 올봄 숲을 찾는 일은 휴식이 아니라 재생의 선택이다. 숲의 순환에 자신을 맡길 때, 우리는 다시 흐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화랑도와 산림치유, 자연 속에서 사람을 기르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3.4.).

허북구. 2025. 숲치유와 치유농업에서 재조명되는 농촌의 놀이자원.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2.10.).

허북구, 최연우, 송미진, 김현주. 2025. 음양오행 관점에서 치유농업의 개념과 구조에 관한 연구. 한국농어촌관광학회지 28(2):1-17.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282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연분홍 물결의 향연’ 보성군, 제22회 일림산 철쭉문화행사 성황
  •  기사 이미지 관방제림서 뗏목 타고 대나무 목마 즐기고… 담양대나무축제 ‘북적’
  •  기사 이미지 5월 2일 토요일 개최된 제21회 보성녹차마라톤대회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