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남과 광주 통합의 의미는 농업측면에서 생산과 소비,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데 있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농산물 물류 구조의 재편이다. 전남은 전국 최대의 농산물 생산지이며, 광주는 인근 전남의 농산물을 적지 않게 소비하는 도시다. 그러나 지금까지 두 지역의 관계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행정적으로 분리된 ‘2원 구조’ 속에서 운영되어 왔다.
전남의 들판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광주를 거치기도 하지만, 상당량이 수도권이나 외부 시장으로 이동한다. 반대로 광주의 소비 시장 역시 지역 농산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행정구역이 분리된 상태에서 정책과 유통 시스템이 각각 운영되면서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이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생산지와 소비지를 하나의 행정 체계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농산물 유통 역시 광역 단위에서 전략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농산물 도매시장과 물류 거점의 역할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도매시장이 전남의 산지와 광주의 소비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유통 거점으로서 기능하도록 설계된다면, 이는 단순한 시장 이전이 아니라 광역 농산물 유통 구조의 중심 축이 될 수 있다.
물류 환경 또한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인 농산물 거래는 물건이 먼적 움식인 다음 물건을 보고 가격을 정한 뒤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통 구조는 정보 기반 거래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와 산지 직거래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구매자가 정보를 통해 먼저 계약하고 결제를 진행한 뒤 물건을 받는 방식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 역시 ‘정보 기반 선계약·선결제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농산물 물류는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생산 정보, 수급 예측, 가격 안정, 저장·가공 기능까지 포함하는 종합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농산물 유통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검토 과제 가운데 하나는 물류 거점의 위치와 역할이다. 즉, 농산물 유통 구조를 생산지 중심으로 설계할 것인지, 소비지 중심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생산지 중심 체계는 산지 집하와 선별, 저장 기능을 강화해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남의 주요 산지에 집하·선별·저장 기능을 집중시키고 광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반면 소비지 중심 체계는 도시 소비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해 거래와 분배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도매시장과 물류센터를 집중 배치해 도시 소비를 중심으로 유통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또하나의 대안 절충식이다. 교통 등의 접근성을 고려해서 현재의 광주가 아닌 인근의 전남 지역을 물류 거점으로 삼는 방식이다.
통합특별시는 이러한 방식을 이분법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산지 집하와 도시 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중 거점형 물류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지에서는 집하·선별·저장 기능을 강화하고, 도시는 거래·분배·소비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체계가 구축되면 물류 이동 거리를 줄이고, 농산물의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또한 통합특별시 차원에서 농산물 유통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 생산량과 출하 시기, 가격 정보, 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산지와 소비지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과잉 생산이나 가격 급락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전남과 광주 통합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적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물류는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기반이다. 생산이 아무리 늘어나도 유통 구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농업의 경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남의 들판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광주의 시장과 식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소비가 다시 농민의 안정적 소득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마련될 때 통합의 의미는 현실이 된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시대의 농업 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농산물 물류의 효율화는 그 첫 번째 과제다.
참고문헌
허북구. 전남광주통합과 친환경농업, 생산과 소비의 재설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3)
허북구. 2026. 전남 저탄소 친환경농업과 일본의 사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2-3.)
허북구. 2025. 전남도 친환경농업과 대만의 친환경 농산물 통합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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