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1986년 광주광역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전라남도와 행정적으로 분리된 지 40년 만에, 두 지자체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다시 하나가 되었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에 맞서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농업, 그중에서도 친환경농업의 미래와 직결된 결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남은 국내 최대의 친환경농업 면적을 보유한 지역이다. 유기농·무농약 인증 면적과 생산량 모두 전국 상위를 차지하며, 쌀·채소·과수·차·축산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그러나 생산 규모에 비해 소비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대규모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수도권이나 외부 시장으로 유통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지역 내 선순환 체계는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광주는 오랫동안 전남 농산물의 핵심 소비지였다. 생활권과 경제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지만, 행정구역이 분리되어 있다는 이유로 정책과 예산, 조직은 각자 운영되었다. 그 결과 전남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이 광주 공공급식과 학교급식, 공공기관 소비로 안정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는 부분적·임시적 성격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통합은 이 단절을 메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제 생산지와 소비지를 하나의 행정 체계 안에서 설계할 수 있다. 전남의 친환경농업을 ‘광역 단위 먹거리 전략’으로 재구성하고, 생산·유통·소비·교육을 통합적으로 묶는 정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통합특별시 차원의 먹거리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공공급식 통합지원센터를 광역 단위로 개편해 계약재배·가격 안정·물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광주의 인구와 소비력은 전남 친환경농업의 안정적 판로가 될 수 있다. 학교, 병원, 공공기관, 군부대, 복지시설 등 공공영역에서의 우선 소비 원칙을 세우고, 지역 화폐나 통합 브랜드를 활용해 시민 참여를 유도한다면 생산과 소비가 같은 공간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지역 식량체계의 자립성을 높이는 일이다.
통합은 농업의 생산성 문제에도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친환경농업은 노동집약적이며, 규모화와 기계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통합 행정 아래에서 연구·가공·유통·관광을 결합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광주의 대학과 연구기관, 식품기업, 소비자 단체가 전남의 농업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친환경농업은 단순한 1차 생산을 넘어 6차 산업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나아가 친환경농업은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토양과 수질을 보전하는 농법은 지역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인다. 통합특별시는 농업을 환경 정책, 건강 정책과 연계한 광역 전략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시민의 건강, 농민의 소득, 지역의 환경이 하나의 정책 틀 안에서 논의되는 구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통합이 자동으로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조직 개편과 조례 정비, 예산 통합,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다. 전남 친환경농업을 통합특별시의 정체성으로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복지·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이번 통합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광역 공동체의 출발점이다. 전남의 들판에서 자란 친환경 농산물이 광주의 식탁에 오르고, 그 소비가 다시 농민의 안정적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정착될 때 통합의 의미는 현실이 된다. 전남 친환경농업과 전남광주통합은 별개의 의제가 아니다. 두 축이 맞물릴 때, 호남은 지방소멸을 넘어서는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저탄소 친환경농업과 일본의 사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2-3.
허북구. 2025. 전남도 친환경농업과 대만의 친환경 농산물 통합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1-6).
허북구. 2023. 전남 친환경농업의 사회적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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