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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오계, 토종 유전자와 생태산업의 길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전남도립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겸…
  • 기사등록 2026-03-02 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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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연산오계는 토종 유전자와 흑색 생명력을 통해 지역의 기억과 면역의 시간을 되살리는 살아 있는 생태 문화유산이다. 단순한 희귀 가금이 아니라, 한국 농경사회가 축적해 온 생물다양성의 결정체이며, 몸과 공동체를 함께 돌보아 온 식문화 자산이다. 토종 유전자를 지킨다는 일은 곧 지역 생태계의 회복력과 식문화의 자율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슬로푸드 운동의 가치와 토종 유전자 보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지난달 22일과 23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곽경자식초담다’에서 열렸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전국 지부장 30명이 참석한 이번 1박 2일 워크숍은 단순한 미식 행사가 아니라, 연산오계를 생태·유전자·치유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자리였다. 빠른 소비 구조 속에서 잊혀 가는 토종 식재료의 가치를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치유 행위라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첫날 진행된 ‘연산오계 미각교육’ 워크숍에서는 흑골계 특유의 깊고 응축된 감칠맛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멜라닌계 색소가 풍부한 흑색 조직에서 기인하는 항산화 잠재력, 육수 추출물의 DPPH 라디칼 소거 활성 보고, 면역세포 활성 증가 경향 등 연구 내용을 공유했다. 전통 보양식이 단순한 경험적 지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면역 조절과 생리 활성의 가능성을 지닌 식문화였음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여기에서 음식은 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몸의 회복을 돕는 치유 자원으로 읽힌다.

 

연산오계는 한국 토종 가금 유전자원으로서 생물다양성 보존 대상이자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다. 흑골계 범주 연구에서는 타우린 함량이 일반 육계보다 높고, 철분·아연·칼슘 등 미네랄 밀도와 콜라겐 함량이 우수하다는 분석 결과가 보고돼 왔다. 면역글로불린 활성 증가 경향과 항염증 사이토카인 조절 가능성도 논의된다. 이는 연산오계가 단순한 전통 식재료를 넘어, 면역 기반 식치(食治)의 잠재력을 지닌 자원임을 시사한다.

 

둘째 날 아침에는 연산오계장으로 끓여낸 떡국이 제공됐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담양지부장이자 천연발효식초연구소 소장인 필자는 “어릴 적 설날 아침, 큰집에서 닭장으로 정성껏 끓여냈던 떡국 맛을 오랜만에 기억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향수의 재현이 아니라, 토종 유전자와 지역 식문화가 결합해 세대의 기억을 복원하는 미각의 순간으로 평가된다.

 

연산오계는 20여 가지의 엄격한 형질 기준을 통과해야 고유 품종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유전적 순수성과 생태적 계승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토종 유전자를 보존한다는 일은 단지 종(種)을 남기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면역력과 문화적 자립성을 함께 유지하는 전략이다.

  

전통발효전문가이자 전통 항아리 발효 기반 흑초의 생리활성 및 분자유전학적 기전을 연구해온 필자는 이번 워크숍에서 토종 가금 유전자와 전통 발효 미생물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효 환경에서 생성되는 유기산과 생리활성 물질이 흑골계 육수의 면역·항산화 특성과 결합할 때, 토양–미생물–유전자–인체를 잇는 생태의학적 모델이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치유농업과 지역 식문화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산오계는 생물다양성 보존의 상징이자, 지역 기억과 면역의 회복을 돕는 치유 자산이다. 흑색 생명력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유전자와 기억, 면역, 산업 전략을 잇는 생태적 언어다. 토종 유전자 보존은 과거를 지키는 일이면서 동시에 몸과 지역을 함께 살리는 미래 전략이 될 수 있다.

 

참고 문헌

곽경자. 2026. 구황작물 메밀, 전통 발효가 빚은 설날의 메밀묵.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2-18).

곽경자. 늙은 호박의 치유 메시지, 면역·다이어트·순환까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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