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저분은 어떤 문제의식으로 치유농업에 들어왔을까. 그리고 3년 뒤, 5년 뒤의 농장을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까. 현장에서 들려오는 답은 의외로 막연한 경우가 많다.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라는 말은 충분히 의미 있지만, 사업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치유농장은 선의의 공간이기 이전에 하나의 경영체다. 농지와 시설, 인력과 프로그램, 홍보와 고객 관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구조다. 계획 없이 운영되는 농장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끌려다니기 쉽다. 흔히 말하는 “노 플랜, 노 비즈니스(No Plan, No Business)”는 과장이 아니다.
계획경영의 출발점은 목표 설정이다. 목표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수치와 기한을 가진 문장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출을 늘리겠다”가 아니라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15% 증가시키겠다”, “3년 안에 연간 체험객 2,000명을 확보하겠다”와 같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목표가 분명해야 전략이 세워지고, 전략이 있어야 실행이 가능하다.
치유농장의 기본계획에는 최소한 여섯 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매출계획이다. 프로그램 수입, 농산물 판매, 가공품, 외부 위탁사업 등 수익 구조를 세분화하고 각 항목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상품계획이다. 치유프로그램의 내용과 가격, 계절별 운영안, 차별화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이익계획이다. 매출만 보고 판단하면 착시가 생긴다. 실제로 남는 금액이 얼마인지, 손익분기점은 어디인지 분석해야 한다.
넷째, 경비계획이다. 인건비, 재료비, 유지관리비, 홍보비 등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직원계획이다. 가족 노동에 의존할 것인지, 전문 강사를 둘 것인지, 자원봉사와 협력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전략의 영역이다. 여섯째, 판촉계획이다. 단순히 SNS에 글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타깃 고객 설정, 지역 기관과의 연계, 재방문 고객 관리 체계까지 설계해야 한다.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면, 그 다음은 실행계획이다. 월별·분기별 목표를 세우고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산 대비 실적을 비교하고, 문제 원인을 분석하며, 필요하면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계획은 한 번 세워 놓고 보관하는 문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도구다.
특히 치유농장은 공익성과 사업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명분과 보람에만 머물면 경영이 흔들리고, 수익만을 좇으면 본래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계획경영은 이 두 축의 균형을 잡는 장치다. 프로그램의 철학과 수익 구조를 함께 설계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모델이 만들어진다.
치유농업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산업이다.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농장을 지탱하는 힘은 경영주의 전략적 사고다. 막연한 기대 대신 구체적 숫자를, 감각적 판단 대신 자료에 근거한 분석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농장의 5년 후 모습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그 문장을 실현하기 위한 연도별 계획이 준비되어 있는가. 치유농장의 미래는 열정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치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계획경영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장, 명분과 보람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2.11).
허북구. 2025. 치유농장주, 천직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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