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2020년 전남도의회는 ‘도시농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도내 여러 지자체에서도 도시농업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 텃밭 조성, 시민 교육,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치유농업 관련 조례 제정과 지원 사업 또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 문장은 지난 몇 년간 전남 농업정책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삶의 질과 연결하려는 정책적 전환, 그리고 중앙 정책의 제도화가 지방으로 확산되는 구조가 동시에 담겨 있다. 문제는 제도의 확산이 곧 지역 맞춤형 모델의 정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장소적 측면에서 평야의 대규모 농업, 산간 지역의 농업, 그리고 인구 밀집 지역의 도시농업으로 구분된다. 도시농업은 도시화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도시 내 소규모 농지·옥상·유휴 공간을 활용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활동이다. 그 기능은 신선 농산물 공급, 체험과 교류, 경관 개선, 환경 보전, 방재 공간 확보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도시농업은 국가와 지역의 조건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식량의 낮은 자급률과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식량 생산이 핵심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공동체 회복과 유휴 공간 활용이 중요하다. 최근 북미에서는 빈 사무실을 실내 수직농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시의 구조가 곧 도시농업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전남은 어떤가. 전남은 인구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 군이 여러 곳인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경작지가 펼쳐진다. 농지가 부족해 옥상을 활용해야 하는 도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책의 흐름 속에서 도시농업은 정제 없이 조례 제정, 교육 확대, 예산 투입이라는 형식적 틀을 갖추어 빠르게 보급되었다.
하지만 전남에서의 도시농업은 뚜렷한 지역 모델로 발전하기보다는 비농업인의 취미형 텃밭 활동이나 단기 체험 프로그램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했다. 도시농업의 본질적 기능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미 농촌 환경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녹지 확보나 환경 개선은 전남에서 절박한 과제가 아니다. 그 결과 도시농업은 일정한 참여율과 행정 성과를 남겼지만, 전남 농업 구조와 결합된 발전 모델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반추하면서 치유농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 역시 중앙에서 정책화·제도화되어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업 활동을 통해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분야다. 도시농업이 ‘공간’ 중심의 개념이라면, 치유농업은 ‘목적’ 중심의 개념이다. 참여자의 변화와 삶의 질 향상이 핵심이다.
그러나 치유농업 또한 도시농업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조례를 만들고, 농장을 지정하고, 교육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특화 모델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남이 도시농업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중앙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전남은 농촌 자원이 풍부하고 소농이 많으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전통 정원, 식문화, 천연염색, 농촌관광 등 치유와 결합할 수 있는 자산이 풍부하다. 이러한 조건을 반영한 전남형 치유농업 모델이 필요하다. 단순 체험이 아니라 농가 소득과 연결되고, 지역 문화와 결합하며, 고령 사회의 돌봄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남에서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의 차이는 ‘어디서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에 있다. 도시농업이 공간 활용의 농업이라면, 치유농업은 삶의 질을 높이는 농업이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내용이다.
전남은 도시농업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중앙 정책을 수용하되 그대로 모방하지 말고, 전남의 환경과 농업 구조, 문화 자산에 맞는 치유농업 모델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실험해야 한다. 그래야만 치유농업이 또 하나의 새로운 보조사업이나 취미 사업이 아니라, 전남 농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책은 위에서 시작되지만, 성공은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전남형 치유농업의 설계와 실천을 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도시농업에서 배제된 도시농민과 도심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2-19).
허북구. 2024. 도시농업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2-1).
허북구. 2024. 도시농업 프로그램, 지역 실정에 맞게 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4-23).
허북구. 2021. 전남 도시농업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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