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수기치인, 공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2-20 09:08:33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심리치유, 원예활동, 자연 노출 효과와 같은 현대적 개념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동양 사상의 눈으로 바라보면, 치유농업은 전혀 새로운 실천이 아니라 오래된 삶의 방식에 가깝다. 그 대표적 사상가가 바로 공자다.

 

공자는 인간과 사회의 혼란을 외부 제도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찾았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길이 먼저 자신을 닦는 데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이것이 바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자신을 바르게 세운 뒤에야 타인과 공동체를 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뜻이다. 치유농업을 공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개념은 단순한 도덕 명제가 아니라 실천적 치유의 구조로 읽힌다.

 

치유농업의 현장을 떠올려 보자. 씨를 뿌리고, 흙을 고르고, 물을 주고, 기다리는 과정은 결코 급하지 않다. 땅은 조급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흙을 만지는 손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춘다. 이 느림 속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흙이 마르면 물을 주듯, 마음이 거칠어졌음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시간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수기’의 시작이다.

 

공자가 말한 수기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태도의 수양이다. 치유농업에서의 수기도 마찬가지다. 농사 활동은 참여자의 성과를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과 책임을 요구한다. 오늘 물을 주지 않으면 내일 식물이 시든다는 단순한 사실 앞에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배운다. 식물과의 관계, 흙과의 관계,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중심의 시선은 점차 완화된다.

 

이 점에서 치유농업은 ‘치인(治人)’으로 확장된다. 공자에게 치인은 통치가 아니라 관계의 조화였다. 밭을 함께 가꾸는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 말이 많지 않아도 협력이 형성되고, 수확의 기쁨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공동의 노동은 경쟁보다 연대를 가르친다. 이는 인(仁)의 실천이며, 예(禮)의 훈련이기도 하다. 질서 있는 작업과 배려 있는 대화는 공동체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의 스트레스와 사회적 단절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마음의 문제는 개인의 내부에서 발생하지만,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관계의 왜곡에서 비롯된다. 공자는 인간을 관계적 존재로 보았다. 그렇다면 치유 역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치유농업은 사람을 자연과 다시 연결하고, 사람을 사람과 다시 연결하는 장(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자의 관점과 깊이 맞닿아 있다.

 

특히 치유농업의 음식치유 활동은 수기치인의 또 다른 실천이다. 직접 기른 작물을 함께 조리하고 나누어 먹는 과정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땀의 기억이 담긴 음식은 감사와 절제를 배우게 한다. 공자가 강조한 ‘절도’와 ‘균형’은 밥상 위에서도 구현된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으며, 함께 나누는 식사는 마음을 고르게 한다.

  

공자의 사상은 추상적 교훈이 아니라 일상의 실천 윤리였다. 치유농업 또한 거창한 치료 행위가 아니라, 일상의 반복을 통해 사람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흙을 고르고 씨를 심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고르는 일과 다르지 않다. 농작업의 질서는 곧 마음의 질서이며, 공동의 수확은 관계의 회복이다.

 

따라서 수기치인은 치유농업의 구조적 원리로 읽을 수 있다. 자기 돌봄에서 시작하여 관계 회복으로 확장되는 흐름, 개인의 안정이 공동체의 건강으로 이어지는 과정, 이것이 공자의 눈으로 바라본 치유농업의 본질일 것이다. 치유농업은 사람을 치료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수양의 장이다. 그리고 그 수양은 흙 위에서 가장 겸손하게 시작된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유약지강, 도교와 노자로 읽는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2.12.).

최연우. 2026. 흙을 통해 만나는 무의식의 치유, 칼 융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2.4.).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180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사전 간담회 참석한 김대중 당선인
  •  기사 이미지 광주시, 중국 차하얼학회와 교류 협력 확대 논의
  •  기사 이미지 장성 평림댐 장미공원 만개… 세계 각국 품종 한자리에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