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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장, 명분과 보람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2-19 08: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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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을 운영하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보람이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라는 표현이다. 참가자의 표정이 밝아지고, 다시 찾아와 고맙다고 말할 때 느끼는 감정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사람을 회복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분명 명분이 있는 분야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치유농장도 엄연한 사업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여러종류의 공예 공방을 자주 방문하는데, 공방 경영주 분들 중에는 공예의 아름다움과 창조성에 매료되어 공방을 시작한 후 경영측면 보다는 스스로 공예품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서 즐기는 사이에 경영이 악화된 곳들이 적지 않다. 그들 경영주들이 많은 공예품 중에는 훌륭한 것들이 많은데, 판매 구조가 약해 공방은 그만 둔 사례도 있었다.

 

치유농장도 마찬가지다. 명분과 보람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우수한 프로그램에만 집중하다 보면 사업의 구조를 소홀히 할 위험이 있다. 프로그램의 의미와 철학은 충분히 설명하지만, 정작 가격 구조는 체계적이지 않고, 고객 관리 시스템은 미흡하며, 재방문 전략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에서 자주 어긋난다.

 

치유농장은 복지기관이 아니다. 자선사업도 아니다. 물론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면 명분도 지속될 수 없다. 보람은 개인의 감정이지만, 사업은 구조의 문제다.

특히 최근 치유농업은 참여자가 늘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단순히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이 부족하다. 기관 계약, 학교 연계, 기업 프로그램, 지자체 사업 등은 모두 제안서 작성 능력, 협상력, 일정 관리, 예산 운영 능력과 직결된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업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명분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명분과 보람은 치유농장의 정체성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업 운영을 대신할 수는 없다. 치유농장의 프로그램은 “좋은 활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 속에 설계된 상품”이어야 한다. 고객이 누구인지,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운영자는 치유의 철학과 동시에 경영의 언어도 이해해야 한다.

 

명분 없는 사업은 공허하지만, 사업 없는 명분은 오래가지 못한다. 치유농장이 진정으로 사회적 가치를 지속하려면,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냉정한 사업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의미를 추구하되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치유를 말하되 계약을 관리하며, 철학을 이야기하되 재무를 점검해야 한다.

 

따라서 따라서 치유농장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 좋은 일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지속성은 명분이 아니라 경영에서 결정된다. 치유농업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감동과 사명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프로그램의 철학을 다듬는 만큼 손익 구조를 점검하고, 치유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만큼 계약과 고객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보람은 개인을 지탱하지만, 경영은 조직과 공간을 지탱한다.

 

결국 치유농장은 ‘좋은 일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일을 오래 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공간이어야 한다.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영을 배워야 하고, 보람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감각을 길러야 한다. 치유농업의 미래는 따뜻한 마음에만 달려 있지 않다. 그 마음을 현실 속에서 유지할 수 있는 냉정한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 명분과 경영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치유농장은 지역과 사회 속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장주, 천직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2.11).

허북구. 2025. 치유농장주, 열정보다 마케팅 의식이 필요하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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