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담양군(군수 정철원)과 순창군(군수 최영일)이 지난 11일 순창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 교류·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인구감소와 농업 구조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농업은 여전히 지역의 근간 산업이지만, 그 운영 방식과 규모는 과거와 같은 형태로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 지자체가 행정 경계를 넘어 협력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농업인구 감소는 더 이상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다. 농가 수는 줄고 고령화는 심화되며, 농업기술은 점점 더 전문화·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 구조와 농업 지원 방식은 여전히 시·군 단위 중심에 머물러 있다. 각 지역이 비슷한 장비와 시설을 반복적으로 구축하고,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분야를 감당하려다 보니 예산은 분산되고 전문성은 얕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농가가 체감하는 기술 지원의 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담양·순창 협력은 ‘규모의 경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규모화는 단순히 크기를 키운다는 뜻이 아니라, 인력·시설·기술·콘텐츠를 지역 간에 공유함으로써 각 지역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함께 해결하는 전략이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각 지역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그 성과를 상호 확산시키는 구조는 인구감소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담양군은 딸기 재배를 비롯한 시설원예 분야에서 축적된 현장 기술과 농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재배 환경 관리, 품질 균일화, 체험형 농업과의 결합 경험은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산이다. 반면 순창군은 장류 음식과 발효 기술이라는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 지역이다. 발효는 단순한 식품 기술을 넘어 농업·음식·관광·치유를 연결하는 핵심 키워드로 확장되고 있다. 두 지역의 강점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맞물린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교환을 넘어 새로운 농업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농업과 관광의 결합이다. 담양의 자연경관과 정원·대숲 문화, 순창의 장류와 발효 음식 문화는 각각 독립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지만, 연계될 때 훨씬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컨대 딸기 수확 체험과 발효 음식 체험을 하나의 권역형 농촌관광 코스로 묶거나, 치유·웰니스 프로그램에 농업 체험과 전통 음식 문화를 결합한다면 체류형 관광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이는 단일 지자체가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추진력이 약하거나 성과 부문에서 부담이 큰 영역이지만, 협력 구조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이번 협약의 의미는 ‘교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를 지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축제와 행사 상호 참여, 농특산물 홍보와 판매 협력, 치유·체험 농업 프로그램 연계 등은 자칫 형식에 머물 수 있는 영역이지만, 농업인 단체 중심의 현장 교류와 공동사업으로 이어질 경우 충분한 체감 성과를 낼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연계나 공동 유치 사업 역시 행정과 산업, 주민 참여를 동시에 엮을 수 있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협력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구조 변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각 지역이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학교 현장에서 소규모 학교들이 연대와 통합을 통해 교육 환경을 유지하듯, 농업 역시 지역 간 협력과 분업을 통해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 담양·순창 협력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다.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 기획·공동 실행·공동 평가로 이어질 때 비로소 모델이 된다. 담양의 재배 기술과 순창의 발효 노하우가 농업인 교육, 청년 농업인 창업, 관광 콘텐츠 개발로 구체화된다면 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전국적 시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인구감소와 농업 구조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담양과 순창이 먼저 그 길을 열었다. 이 시도가 일회성 교류를 넘어 농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실질적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지역의 강점을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우는 이 협력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라며, 그 첫걸음을 내디딘 두 지역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농업인구 감소 시대, 농업기술센터의 광역화와 연대 고려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2-09).
허북구. 2025. 전남지역 농업기술센터, 학교에서 배워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허북구(2025.9.17.).
허북구. 2025. 농업기술센터, 지역간 연대로 효율성 높여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허북구(202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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