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이 오간다. 사과와 배, 김과 건어물 같은 농수산물은 여전히 명절 선물의 중심에 있다. 명절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소비의 시기가 아니라, 한 해 농어업의 흐름이 응축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농가들은 설명절을 대비해 저장창고에 사과와 배를 보관하고, 출하시기를 조절하며 명절 수요에 맞춘 준비를 해 왔다. 농수산물이 선물로 유용하다는 말은 곧, 농촌과 어촌이 명절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역의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혹은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조직에서 보내온 명절 선물을 보면, 의외로 공산품의 비중이 적지 않다. 일부 지역 농협조차도 지역 농산물이 아닌 외지 수산물이나 가공품을 선물로 선택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물론 가격 경쟁력, 유통 편의성, 수령자의 선호도 등 여러 현실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달되는 선물일수록, 그 선택이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 농산물과 농촌융복합산업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한 해 동안 밭을 일군 노동, 기후와 싸운 시간, 가공과 포장을 고민한 지역 사업자의 노력이 함께 담겨 있다. 농촌융복합산업은 생산(1차), 가공(2차), 유통·체험·관광(3차)을 결합해 농촌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손은 부족하고, 판로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팔 곳이 없다’라는 말이 현장에서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명절 선물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농어민과 지역 산업이 숨을 고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특히 설명절과 같은 시기에 이뤄지는 대량 구매는 소규모 농가와 농촌융복합사업자에게는 한 해 농사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된다. 명절 선물 하나가 단발성 매출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거래 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선물을 지역 농산물로만 채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양한 제품을 균형 있게 선택하는 소비 역시 중요하다. 다만 지금의 농촌 환경을 고려할 때, ‘지역에서 생산된 것부터 먼저 떠올리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남은 농업과 수산업,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가공산업의 잠재력이 여전히 큰 지역이다. 문제는 생산 능력이 아니라, 선택의 구조다.
지역 금융기관, 공공기관, 협동조합, 기업들이 설명절 선물을 준비할 때 지역 농산물과 지역 가공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이는 특정 농가를 돕는 시혜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투자에 가깝다.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농어민과 가공업체, 물류와 포장 인력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설 명절은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마음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먼저 잊히는 존재, 바로 지역의 농어민과 농촌일지도 모른다. 전남 지역의 설명절 선물은 지역농산물부터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명절은 단순한 소비의 절정을 넘어 지역을 살리는 계절이 될 수 있다. 올해 설명절, 선물 하나에 담긴 선택이 지역의 내일을 조금은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농산물과 추석 선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0-01).
허북구. 2024. 광양농협의 슬기로운 벼 계약 재배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2-08).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