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의 주대상은 작물이나 공간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관계, 그리고 그들이 놓여 있는 사회적 조건이다. 그러므로 치유농업을 단지 농업, 심리학, 의학 등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치유농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적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학은 인간을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관계 속 존재로 바라본다. 스트레스와 우울, 고립과 무기력은 개인 내부에서만 생성되는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 역할의 상실, 공동체의 약화라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치유농업이 주목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치유농업은 자연을 매개로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활동이다. 함께 흙을 만지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수확한 작물을 나누는 과정은 잊혀졌던 사회적 리듬을 회복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치유농업 현장은 사회학적으로 볼 때 개인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공간이다. 산업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치유농업에서는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수확에 참여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결과로 이어진다. 이 경험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사회적 기여감과 자기 효능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와 (사)한국농어촌치유관광학회 및 전북치유농업협회가 공동으로 주관 주최하고, 전주기전대학 RISE사업단이 주관하는 「2026년 치유농업과 AI 농생명 바이오 융합행사」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2026년 2월 10일과 11일 전주기전대학과 전북 일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치유농업을 감성이나 복지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기술·산업·정책과 연결된 미래 농업의 핵심 영역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특히 ‘미래 농업의 가치를 잇다: 치유, 기술, 그리고 현장’이라는 슬로건은 치유농업을 사회 구조 속에서 재배치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번 행사의 구성 역시 사회학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학술대회와 정기총회, AI 농생명 바이오 융합 성과 공유회, 그리고 실제 치유농장 현장 투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는 치유농업이 이론이나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관계·지역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사회학이 강조하는 ‘구조와 실천의 연결’이 행사 구조 속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또한 치유농업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반복 방문, 관계 유지, 신뢰 형성은 치유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회복력으로 이어진다. 치유농업이 단발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고, 생활 속 관계망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개인의 회복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AI와 농생명 바이오 기술의 접목 역시 사회학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기술이 사람을 관리하거나 분류하는 도구가 될 때, 치유농업의 본질은 훼손될 수 있다. 반대로 기술이 관계를 보조하고, 개인의 상태를 더 세심하게 이해하는 데 사용된다면, 치유농업의 사회적 가치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이번 융합 행사가 던지는 핵심 질문 역시 ‘기술을 어떻게 사회적 치유의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치유농업은 자연을 활용한 사회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흙과 작물, 음식과 공간은 매개일 뿐, 치유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 사회학은 치유농업이 개인 치료 프로그램을 넘어 사회적 인프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와 관점을 제공한다. 2026 치유농업 융합행사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치유농업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회복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질문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치유 화훼장식과 팜파티, 농업의 새로운 감성 산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2-2).
송미진. 2026. 화훼장식과 AI 기반 감각자극에 따른 인지 활성 반응.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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