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농업의 중심지였다. 넓은 평야, 풍부한 수자원, 다양한 작물과 식문화는 전남 농업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남 농촌이 처한 현실은 단순히 생산 기반이 튼튼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고령화, 인구 감소, 농가 소득 정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남 농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키워드가 바로 농촌융복합산업과 치유농업이다.
농촌융복합산업은 흔히 1차 생산에 2차 가공, 3차 체험·관광을 결합한 산업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것은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 농촌이 스스로 가치를 재구성하는 방식에 가깝다. 전남의 농촌은 이미 생산물 자체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 가치가 지역에 남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문제점이 있다. 융복합산업은 생산–가공–체험–유통을 지역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농업의 부가가치를 다시 농촌으로 환류시키려는 시도다.
이점에서 치유농업은 농촌융복합산업의 ‘마지막 퍼즐’이자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된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업 활동을 통해 사람의 신체·정서·사회적 회복을 돕는 과정이다. 전남 농촌이 가진 자연환경, 느린 시간, 공동체적 공간은 치유농업에 매우 적합한 조건이다. 그러나 치유농업의 진짜 가치는 자연 그 자체보다, 그 자연을 매개로 형성되는 관계와 경험에 있다.
기존의 농촌 체험이 ‘보고, 만들고, 돌아가는’ 구조였다면, 치유농업은 ‘머무르고, 반복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는 농촌융복합산업의 수익 구조를 단발성에서 지속형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열쇠다. 한 번 방문하고 끝나는 체험이 아니라, 다시 찾고, 계절마다 이어지는 관계가 만들어질 때 농촌은 비로소 생활 인구를 갖게 된다. 치유농업은 농촌융복합산업에 시간성과 관계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전남의 농촌융복합산업이 치유농업과 결합할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기대 효과는 ‘농업의 역할 확장’이다. 농업은 더 이상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치유농업을 통해 농업은 돌봄, 회복, 예방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전남 농촌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농촌이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인식되면서 농업의 사회적 위상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치유농업이 농촌융복합산업 안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치유농업을 단순한 프로그램 메뉴로 취급하지 않고, 농장 운영 전반에 통합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둘째, 농가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는 지원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안전, 윤리, 협력 기관과의 연계는 개인 농가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치유농업의 성과를 단기 매출이 아니라 관계 유지, 재방문, 지역 기여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는 기준 전환이 필요하다.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의 강점은 이미 충분하다. 농산물, 음식, 경관, 전통, 공동체라는 자산은 다른 지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여기에 치유농업이 더해질 때, 전남 농촌은 ‘체험하는 공간’을 넘어 ‘회복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관광 정책이나 농업 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전략에 가깝다.
따라서 전남 농촌융복합산업과 치유농업의 결합은 산업을 키우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회복하는 문제다. 농업이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농촌을 다시 찾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전남 농촌은 생산의 공간을 넘어 삶의 대안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전남 농촌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이 만드는 농업이 아니라, 더 깊이 관계 맺는 농업 속에서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 회복의 관건은 서비스산업과의 결합이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01-23).
허북구. 2026. 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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