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장주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당신은 지금 ‘치유’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경영’을 하고 있는가. 혹은 더 정확히 말하면, 치유농장을 경영하면서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치유농장을 방문해서 현실을 들여다보면, 많은 농장주가 혼자 혹은 부부가 거의 모든 역할을 떠안고 있다.
프로그램 기획자이자 진행자이고, 농산물 생산자이자 가공자이며, 체험 강사이자 안내자이고, 예약 관리부터 홍보, 고객 응대, 청소까지 도맡는다.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요리를 하면서 동시에 홀서빙을 하고, 배달까지 나가고, 회계와 사장 역할까지 혼자 하는 셈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외부에서는 “열정이 대단하다”, “정성이 느껴진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결코 이상적인 구조가 아니다. 단지 규모가 작아 어쩔 수 없이 모든 역할을 혼자 감당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체력은 소진되고, 아이디어는 반복되며, 정작 중요한 ‘치유 콘텐츠의 질’은 점점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많은 치유농장주들은 “지금은 바빠서”, “농사부터 지어야 해서”, “사람 상대가 더 중요해서”라는 이유로 경영과 마케팅을 뒤로 미룬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치유농장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매출과 수익 구조다.
치유농업은 공익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갖는 분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영 논리가 배제되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유농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반 농업보다 더 치밀한 경영 감각이 필요하다. 프로그램 하나를 운영할 때도 ‘얼마나 의미 있는가’뿐 아니라 ‘얼마의 비용이 들고, 어떤 경로로 수익이 발생하는가’를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이는 치유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치유를 지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특히 치유농장주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은 ‘마케팅 의식’이다. 마케팅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광고나 SNS 홍보를 떠올린다. 그러나 마케팅의 본질은 ‘내가 제공하는 가치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왜 필요한가를 구조화하는 작업’이다. 치유농장이 제공하는 치유는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 대상에 따라,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언어와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고민하지 않은 채 “좋은 프로그램이니 언젠가는 알아주겠지”라는 태도는 위험하다.
이런 맥락에서 경영과 마케팅 이론을 공부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만약 치유농장을 수년간 운영하면서도 경영이나 마케팅 관련 서적이 한 권도 없다면, 아무리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고 참여자가 만족했다고 하더라도 경영자로서의 기본 자세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장 경험은 중요하지만, 경험만으로는 구조를 만들 수 없다.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론이 필요하다.
치유농장도 결국 하나의 ‘사업체’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경영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규모가 작을수록 효율적인 운영과 선택이 중요하다. 당장 인력을 늘릴 수 없다면, 최소한 어디에 에너지를 써야 하고, 어디서 줄여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가져야 한다. 그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경영과 마케팅에 대한 학습이다.
치유농업은 사람을 돌보는 산업이다. 그러나 치유농장주 자신이 먼저 소진되어 버린다면, 그 치유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농장’에서 ‘지속 가능한 치유농장’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치유농장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 더 많은 체력이나 더 많은 희생이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을 의식적으로 고민하는 태도다. 그것이 치유농업의 다음 단계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장의 역설, 치유를 꿈꾸다 범법자가 되는 현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1.31).
허북구. 2025. 치유농장 성공을 위한 마케팅 프레임 워크 60.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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