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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통합, 전남 도시농업의 ‘새 정의’가 필요하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2-06 08: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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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광주·전남 행정 통합 논의는 단순한 경계 조정이 아니다. 통합은 인구 이동, 토지 이용, 산업 구조, 생활권을 동시에 재편한다. 그 과정에서 전남이 가장 크게 맞닥뜨릴 변수는 부분적인 ‘도시화’다. 도시화는 개발의 이름으로 찾아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농지와 농업이 세금·규제·법적 지위 변화라는 형태로 압력을 받는다.

 

그래서 통합 논의 속에서 전남이 반드시 짚어야 할 주제가 있다. 바로 도시농업을 오늘의 개념으로 다시 정의하고, 도시화로 인한 농업의 법·세제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다. 오늘날 도시농업은 흔히 ‘도시 텃밭’ 정도로 축소되곤 한다. 그러나 현대적 도시농업은 훨씬 넓다. 첫째, 도시농업은 도시의 먹거리 체계를 보완하거나 농업기반의 여가 생활 기반 인프라다. 지역 먹거리 순환, 푸드마일 절감, 비상시 식량 안전망 등 ‘도시의 회복력’을 높인다.

 

둘째, 도시농업은 환경·기후 대응 수단이다. 녹지 확충, 열섬 완화, 빗물 저류, 탄소 흡수 등 도시 생태계 기능을 강화한다. 셋째, 도시농업은 돌봄·보건·교육의 플랫폼이다. 치유 텃밭, 노인·아동 돌봄 프로그램, 학교 텃밭, 공동체 활동을 통해 정신건강과 관계 회복을 돕는다. 넷째, 도시농업은 지역경제의 미세한 일자리를 만든다. 교육·운영·가공·유통·커뮤니티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역할이 생긴다. 요컨대 오늘의 도시농업은 ‘작은 농사’가 아니라 도시 문제를 풀기 위한 다기능 사회 시스템이다.

 

그런데 도시농업의 출발점이 언제나 ‘생활’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도시 속 농업(都市農業)’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배경에는, 농업지역이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농지가 갑자기 상속세·재산세 부담, 개발 압력, 농지 보전의 법적 불안정, 주변 주거지와의 민원·분쟁에 직면한 현실이 있었다. 즉 일본의 도시농업은 “도시민의 취미”가 아니라, 도시화가 된 지역에서 농업을 하면서 세금·법·토지 문제 속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대응으로 등장한 측면이 컸다.

 

이 것은 지금의 광주·전남 통합 논의와 맞닿아 있다. 통합이 현실화되면 생활권은 더 촘촘해지고, 광주 인접 지역과 혁신도시·역세권·산단 주변의 토지 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농지는 ‘농지’로 남아 있는 동안에도 이미 도시화 압력을 받는다. 문제는 그 압력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토지 가치 상승이 재산세·거래 부담으로 이어지면 농업은 생산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에 놓인다. 용도지역 변경이나 개발계획이 발표되는 순간, 농지는 경작지이면서 동시에 잠재적 개발지로 취급되고, 그 사이에서 농민은 법적·행정적 불확실성을 떠안는다. 주거지 확장과 함께 악취·소음·농약·차량 통행 민원도 증가하며, 농업 활동의 정당성은 점점 방어적인 위치로 밀려난다. 그 사례는 이미 나주혁신도시 인근의 농가가 민원에 시달린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통합 논의에서 도시농업을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 정도로만 다뤄서는 부족하다. 전남이 진짜 준비해야 할 도시농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앞서 말한 현대적 도시농업(먹거리·환경·돌봄·교육)의 확장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도시화가 야기하는 세금·법·토지 이용 갈등에 대한 방어 체계다. 두 가지가 결합될 때 도시농업은 통합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정책이 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조사’와 ‘사전 대처’다. 선행 지역들이 도시화 과정에서 어떤 세제 문제를 겪었는지, 농지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호했는지, 민원과 토지 이용 갈등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했는지, 농업을 도시계획 안에 어떻게 위치시켰는지 사례를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통합은 추진 속도가 빨라질수록 현장의 준비는 뒤처지기 쉽다. 그러나 농지 문제는 한 번 꼬이면 되돌리기 어렵다. 개발과 보전, 도시와 농촌, 세금과 생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통합은 전남 농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도시농업을 오늘의 개념으로 제시하고, 앞선 도시화 대응 경험을 교훈 삼아 법·세제·토지 갈등까지 포함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면, 전남은 ‘배후 농촌’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회복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통합의 성패는 조직 통합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농업을 지키고 살리는 설계 역량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도시농업에서 배제된 도시농민과 도심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2-19).

허북구. 2024. 도시농업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2-01).

허북구. 2021. 도시농업 프로그램, 지역 실정에 맞게 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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