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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의 치유 메시지, 면역·다이어트·순환까지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전남도립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겸…
  • 기사등록 2026-02-03 09: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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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라 안팎으로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상황이 추운 겨울날씨와 더불어 우리 가슴을 움츠려만들게 한다.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 2026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단독적으로 타자와의 대화가 준비되어진 식재료가 있다. 땅과 하늘의 기운과 더불어 서리까지 받고 자란 늙은 호박은 단단한 껍질을 지녔으나 그 속은 소화와 흡수까지 책임지는 영양소로 가득해서 겨울을 이겨내는 데 충분한 보약이다.

 

겨울철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소화와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는 늙은 호박을 권한다. 겨울철이 제철인 음식 재료들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많은 영양소를 축적하고 있지만 조직이 단단해서 소화가 어려운 편이서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이들 식재료들은 반드시 자연 발효 식품인 김치, 동치미, 식초, 간장, 된장 등과 함께 먹어야 소화가 온전하게 이루어지고 위와 장이 편안하다.

 

때로는 성숙하기 위해 나를 가두는 일이 필요한 한 시절 운은 겨울이다. 이때 대표적인 늙은 호박 한 통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어보게 하는 눈 오는 날이다. 늙은 호박은 껍질, 과육, 씨까지 온전히 활용하는 식문화 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초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뒤뜰, 두엄더미를 타고 뻗어 나온 호박 덩굴은 인간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라 있었다. 힘든 노동을 피하고자 깊이 파지 못한 호박 구덩이에서는 잎이 여리고 왜소한 호박이 자란 반면, 버려진 줄 알았던 두엄더미에서는 오히려 싱싱한 잎과 튼실한 열매가 달렸다.

 

충분한 ‘밥’을 받지 못한 땅에서는 큰 열매도 자라지 않는다는 자연의 질서를, 호박은 말없이 증명해 주는 사건이 금년에 일어났다. 이 장면은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조급함을 거부한다”라는 메시지를 읽었다. 두엄더미에서 자란 호박잎은 튼실해서 식탁에 오르고, 이웃과 나누는 밥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어설프게 자란 호박을 내다 버린 호박씨가 두엄 속에서 다시 뿌리를 내렸다. 버림과 순환의 경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늙은 호박은 영양학적으로도 ‘버릴 것이 없는 식재료’다. 비타민 A와 C,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막는다. 특히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전환돼 저장되며, 겨울철 감기 예방과 회복에 효과적이다. 섬유질과 펙틴 성분은 혈당 급상승을 억제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 부기 완화와 복부 비만 개선에도 기여한다.

 

『본초강목』에 기록된 ‘보중익기(補中益氣)’라는 표현처럼, 늙은 호박은 속을 보하고 기운을 북돋는 식물로 과육만 쓰고 껍질과 씨를 버리는 방식은 자연의 반만 취하는 일이다. 실제로 늙은 호박의 펙틴 함량은 단호박보다 약 1.4배 높아 중년 이후 내장지방 관리와 식이조절 식품으로도 가치가 크다.

 

나의 발효 철학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혹독한 겨울날, 어머니가 끓여주던 호박 수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을 묶어주는 시간이었고, 호박의 골을 따라 자르며 선을 살리던 조리법은 자연에서 메지를 주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삶의 태도를 몸으로 익히게 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갈아내는 수프든, 껍질을 벗겨내고 골을 따라 자른 전통 방식이든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재료를 존중하는 마음이었다.

 

참고 문헌

곽경자. 2026. 남도의 서사, 참뻘에서 태어난 꼬막의 옹이진 쫄깃함.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1-27).

곽경자. 2026. 생태가 몸이 되는 순간, 겨울철 논고동의 재발견.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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