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농업 역시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이제 농업은 단순한 식량 생산 산업을 넘어, 탄소 감축의 주체로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전남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의 ‘2030년 친환경 유기농업 2배 확대’ 정책 기조에 따라, 올해 47개 사업에 총 1,601억 원(자부담 204억 원 포함)을 투입해 유기농 중심의 저탄소 친환경농업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남 농업정책의 방향이 생산량 중심에서 환경 가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와 같은 전환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다. 일본은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환경 부담을 줄이는 ‘녹색 산업’으로 재정의하며 제도적 전환을 시도해 온 대표적인 국가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21년 「그린 푸드 시스템 전략(Green Food System Strategy)」을 공식 발표하고, 2022년에는 이를 법제화한 「환경부담 저감형 식량시스템법」을 제정하여 농업·식품 전반의 환경 부담 저감을 국가 전략으로 명확히 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업과 환경보전형 농업을 확대하며, 장기적으로는 농림수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에 가깝게 낮추겠다는 목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유기농업을 ‘환경 부담 저감형 생산 방식’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으며, 실제로 유기농 면적 확대를 위해 보조금과 기술 지원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유럽의 탄소중립 농정과 궤를 같이하며, 일본 농업을 환경 정책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일본형 저탄소 농업의 대표적인 실천 분야는 논농사 관리 방식이다. 일본은 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중간 물떼기, 간헐 관개 등 물 관리 기법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기후스마트 농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식으로, 일본 역시 이 방법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하나로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메탄 감축률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지역과 조건에 따라 차이가 크며,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보다는 연구 논문과 실험 결과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량적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축은 화학비료 감축과 유기자원 순환이다. 일본은 가축분뇨, 음식물 부산물, 볏짚 등을 퇴비로 전환해 농경지에 환원하는 지역 순환형 농업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는 화학비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여 장기적으로 토양 탄소 저장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일본 정부 역시 이러한 토양 관리 방식을 환경보전형 농업의 핵심 요소로 인정하고 있다.
스마트농업 또한 일본의 녹색 농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ICT 기반 자동 관수, 정밀 시비, 온실 환경 제어 시스템은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기술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 문서에서는 스마트농업을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 중심으로 설명하지만, 동시에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환경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잠재적 수단으로 언급한다. 다만 스마트농업이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는지에 대한 공식 수치는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향후 실증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반면 일본의 저탄소 친환경 농업은 몇 가지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는 비용 문제다. 유기농 전환, 친환경 인증, 스마트 설비 구축에는 상당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며, 일본처럼 농가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환경보전형 농업은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지속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둘째는 생산성 문제다. 일본의 유기농 논이나 무농약 채소 재배지는 관행 농업보다 수확량이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식량자급률이 낮은 일본 사회에서 환경성과 식량안보 사이의 긴장을 낳는다. 친환경 농업이 확대될수록 환경적 가치는 높아지지만, 동시에 식량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구조다.
셋째는 소비자 시장의 한계다. 일본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가격 차이는 여전히 큰 장벽이다. 친환경 제품은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며,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다. 저탄소 농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환경 가치를 가격으로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 보조와 사회적 보상 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일본 사례가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저탄소 농업이 기술 문제가 아니라 ‘농정 시스템 전환’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법률 제정, 재정 지원, 농가 참여, 소비자 인식 개선을 하나의 정책 흐름으로 묶어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저탄소 농업이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한국 농업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비용, 생산성, 시장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저탄소 친환경 농업은 더 이상 이상론이 아니라 불가피한 방향임을 일본의 경험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2. 미래를 바꾸는 탄소농업. 중앙생활사
허북구. 2020.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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