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대통령의 고개 끄덕임… 정교분리 원칙은 어디에 서 있는가
  • 기사등록 2026-01-13 15:00:50
  • 수정 2026-01-13 15:30:12
기사수정

강성금 기자[전남인터넷신문/강성금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종교지도자들과 가진 신년 오찬은 원래 통합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해산과 자산 환수를 주장하는 발언이 나왔고, 대통령이 그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의 초점은 빠르게 바뀌었다. 통합을 말하는 자리에서 분열을 떠올리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헌법 제20조가 말하는 정교분리의 원칙이다. 정교분리는 종교의 사회적 발언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에 가깝다. 종교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특정 종교를 편들거나 배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순간 정교분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정 종교단체 해산이나 자산 환수는 결코 가벼운 조치가 아니다. 법리적으로는 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정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재산권을 정면으로 제한하는 강제조치다. 이런 조치가 정당화되려면 반드시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반복적이고 중대한 불법행위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 불법행위를 막을 덜 침해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논란이나 사회적 비판만으로 해산을 거론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이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자리에서 나왔다는 데 있다. 종교지도자가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종교의 자유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 발언에 동의하는 듯한 반응을 보일 경우, 그 순간 메시지의 무게는 달라진다. 대통령의 언어는 사적 견해를 벗어나 국가의 신호처럼 읽힌다. 이는 특정 종교를 향한 우려나 비판이 사실상 정부의 입장으로 전환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결국 사회는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뉘게 된다. 특정 종교에 속한 국민은 스스로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존재로 느끼기 쉽고, 다른 국민은 그 집단을 ‘이질적인 존재’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가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언어 하나가 국민을 두 갈래의 집단으로 분리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교분리가 국가 권력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불법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단호함은 어디까지나 법과 절차에 기반해야 한다. 개별 사건과 구체적 증거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감정이나 분위기,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평가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해산과 환수는 법이 허용하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종교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 아니다. 국가가 종교를 대할 때 어떤 원칙과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그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사회적 긴장과 논란이 높아질수록, 국가의 언어는 더 신중해야 한다. 통합을 말하는 자리가 진정한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헌법이 요구하는 중립성과 균형감이 무엇보다 먼저 지켜져야 한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힘은 언제나 절제된 언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절제는 헌법이 이미 우리에게 가르쳐 준 오래된 원칙 위에서만 가능하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1976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 강성금 부장
  • 프로필은 기사 하단에 위의 사진과 함께 제공됩니다.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현재의견(총 1 개)
  • skjw88112026-01-14 15:48:33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어느 종교를 더 좋아할 수는 있지, 근데 공식자리에서 그러면 되겠냐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호남권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 참석
  •  기사 이미지 2026 UIAA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10일(토) 경기
  •  기사 이미지 강기정 광주시장, 송·신년 행사서 타종 참여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