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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카르트 톨레와 치유농업, 지금 여기의 회복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1-08 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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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현대인은 늘 바쁘다. 일정에 쫓기고, 성과를 요구받으며,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마음은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 사이를 떠돈다. 이러한 상태에서 회복은 쉽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영적 사상가이자 명상가인 에카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생애와 사유는 치유농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철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에카르트 톨레는 1948년 독일 뤼넨(Lünen)에서 태어났다. 전후 독일 사회의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년기에 영국과 스페인 등지를 오가며 생활했으나, 스물아홉 살 무렵 극심한 내적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는 이후 자신의 삶을 전환시킨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 순간 ‘나’와 ‘나 자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이 자각 이후, 그는 오랜 우울과 불안을 갑작스럽게 벗어나게 되었고, 사고 중심의 자아에서 벗어난 ‘존재의 상태’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이 경험 이후 톨레는 수년간 정규 직업 없이 공원 벤치에서 지내며, 사유와 침묵 속에서 인간 의식과 고통의 구조를 성찰했다. 이러한 체험이 집약된 결과물이 1997년에 출간한 영성·마음챙김·자기성찰의 책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다. 그는 인간의 고통이 대부분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는 사고, 즉 ‘에고’에서 비롯되며, 회복의 출발점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주의를 두는 데 있다고 보았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톨레의 사유가 현실 공간에서 구현되는 장이다. 농업 활동은 본질적으로 현재 중심적이다.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작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감각을 먼저 요구한다. 손의 촉감, 흙의 냄새, 계절의 리듬에 집중하는 순간,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고의 소음에서 멀어진다. 이는 톨레가 말한 ‘존재의 공간’과 맞닿아 있다.

 

또한 톨레는 자연을 “생각 없는 깨어 있음”의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았다. 자연은 평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존재한다. 치유농업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경험하는 안정감 역시 이러한 자연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성과를 증명할 필요도, 자신을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은 스스로를 내려놓게 된다.

 

치유농업의 효과는 기술이나 프로그램의 화려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이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다. 에카르트 톨레의 생애는 치유가 특별한 능력이나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전환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치유농업은 바로 그 전환을 흙과 자연, 그리고 일상의 노동 속에서 조용히 가능하게 하는 실천이다. 회복은 애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때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특히 치유농업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톨레의 사유와 깊이 닿아 있다. 작물이 언제 자라고 언제 수확되는지는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다. 기다림과 관찰, 실패와 반복을 포함한 농업의 시간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법’을 다시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 속에 함께 머무는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인본주의 심리학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1.4.).

최연우. 2026. 환경이 치유를 이끄는 방식, 제임스 깁슨의 어포던스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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