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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화훼장식의 언어, 식물 재료의 분류와 상징성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송미진 교수
  • 기사등록 2025-12-27 0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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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 화훼장식은 공간을 꾸미는 미적 행위를 넘어, 식물이 지닌 생태적 특성과 문화적 기억, 그리고 인간의 감각 반응을 함께 고려해 심리적·정서적 회복을 돕는 실천이다. 같은 꽃과 식물이라도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는가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와 치유 효과는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치유 화훼장식에서 식물 재료를 분류하고 이해하는 일은 단순한 재료 선택이 아니라, 회복의 방향과 속도를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치유 화훼장식에서 식물 재료는 첫 번째는 형태 중심 식물로 나눌 수 있다. 줄기와 잎의 선, 전체적인 윤곽이 강조되는 관엽식물이나 가지류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식물은 시각적으로 구조감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곧게 뻗은 줄기나 반복되는 잎의 배열은 무질서한 감정을 정리하고, 공간에 기본적인 리듬을 형성한다. 불안이나 긴장이 높은 상태의 대상자에게 형태 중심 식물은 감정의 과잉을 낮추고, 마음을 ‘제자리에 놓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색채 중심 식물이다. 꽃의 색은 감정 반응과 직결된다. 따뜻한 색은 생기와 활력을, 차가운 색은 진정과 사색의 분위기를 유도한다. 그러나 치유 화훼장식에서 중요한 것은 색의 강렬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강한 원색은 순간적인 자극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치유 공간처럼 머무는 시간이 긴 환경에서는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치유 목적의 화훼장식에서는 자연에 가까운 중간 톤과 부드러운 색감이 선호된다. 이는 인간이 오랜 시간 자연환경 속에서 적응해 온 색의 범위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향기 중심 식물이다. 허브나 은은한 향을 지닌 꽃은 후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서에 작용한다. 향은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안정된 경험이나 편안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며 긴장을 완화한다. 다만 치유 화훼장식에서 향은 주인공이 되기보다 배경에 머물러야 한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인지되는 정도의 은은함이 적절하며,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강한 향은 오히려 감각 피로와 거부감을 낳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시간성을 지닌 식물이다. 꽃이 피고 지며, 잎이 자라고 마르는 변화가 드러나는 식물은 치유 화훼장식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이러한 식물은 완성된 아름다움보다 변화의 과정을 보여 준다. 이는 치유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간과 반복을 통해 서서히 진행된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식물의 작은 변화는 이용자에게 조급함을 내려놓고 현재의 상태를 받아들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분류는 서로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 치유 화훼장식에서는 형태, 색, 향, 시간성이 겹겹이 결합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요소를 전면에 둘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심리적 소진이 큰 대상자에게는 안정적인 형태와 색을 지닌 식물이 중심이 되고, 감정표현이나 관계 회복이 필요한 경우에는 색채나 향이 조금 더 강조될 수 있다. 치유 화훼장식은 정답이 있는 처방이 아니라, 대상자의 상태와 공간의 성격에 따라 조율되는 과정이다.

 

치유 화훼장식에서 식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분명한 언어를 지닌다. 곧은 줄기는 버텨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은은한 향은 숨을 고르라고 속삭이며, 시들어 가는 꽃은 지금의 상태 역시 과정의 일부임을 알려 준다. 식물 재료의 분류와 치유적 상징성을 이해하는 일은 화훼장식을 장식의 기술에서 회복의 도구로 확장시키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치유 화훼장식은 식물을 통해 인간에게 자연의 시간과 감각을 다시 돌려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5. 업사이클링 치유화훼장식과 치유농업의 확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2-19).

송미진. 2025. 자연형 플로럴 디자인과 치유농업의 접점.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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