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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많은 연말, 엄동설한 상추로 디톡스해볼까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전남도립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겸…
  • 기사등록 2025-12-23 09: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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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2025년 12월은 엄동설한이라고 외칠 수 없는 따듯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즈음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낙들은 엄동설한을 대비하기 위해 김장을 서두른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12월 말쯤 돼서야 된 서리가 하얗게 내린 밭에 나가 중무장한 솜옷을 입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김장을 준비하는 마을 행사였지만 요즘은 김치냉장고라는 신무기 등장으로 따뜻할 때 김장을 하느라 11월 말 12월 초에 김장을 끝 마친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단다.”라고 엄마는 내 마음의 평정을 위해 일찍부터 주문처럼 말씀하시곤 했다. 엄동설한을 피한 김장은 몸이 고생은 안하지만 서리를 맞고 자란 배추가 훨씬 고소하고 맛이 달다는 것을 놓친 것이다. 엄마 말이 맞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동네가 눈 속에 같힌 것처럼 된 서리가 내렸다. 카메라를 들고 텃밭으로 갔더니 몇 포기 남지 않은 상추가 하얀 서리를 맞고 냉동된 채로 서있었다. 낮에는 언 몸을 햇볓에 말리면서 마지막까지 무얼 생각할까? 아마도 나처럼 살아내기 위한 본능대로 움직여 갈 것이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잎은 두터워지고 세포의 결속력은 강해질 것이다. 겨울 상추가 여름 상추보다 비타민 C를 더 많이 함유할 가능성이 큰 이유이다. 칼륨, 엽산, 철, 마그네슘 등은 상추의 주요 영양소이다. 겨울 상추가 이러한 미네랄과 엽산을 더 풍부하게 함유하는 경향은 추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방어 기제로 특정 영양소를 더 많이 생성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들수록 더 독해지고 단단해져서 연한 배처럼 모두를 품고서 가고자 하는 이유와 닮았다.

 

텃밭에 씨앗을 이른 봄에 뿌리면 한 달이면 싹이 터 오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발아율이 거의 100%다. 쑥쑥 자란 상추는 곧 빽빽해져서 뭉텅뭉텅 솎아주어야 한다. 솎은 상추는 밥상을 차려 놓고 난 후에 자연발효 간장, 깨소금, 약간의 비린맛을 잡아 내기위한 고춧가루 약간, 어린잎의 독성을 완화해주는 자연발효 식초 몇 방울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기름 몇 방울 넣어 바로 주물조물해서 상위에 놓고 먹으면 따뜻한 봄날의 반찬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여름의 상추는 힘이 센 자만이 햇살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본능이 있다. 상추 한 잎이 내 얼굴만해지니 그 때부터는 부지런히 먹으라는 신의 계시이리라. 아무리 햇살이 뜨거워도 거침없이 자신을 펼치는 녀석의 기질은 뭘까? 태양과 맞설 수 있음은 뜨거운 태양을 끌어 않고도 내 몸이 녹아내리지 않는 독한 냉함이 있음을 반증한다. 이럴 때 된장을 상추 위에 놓고 먹으면 삼복더위를 식혀낼 수 있다.

 

“독한 것 같으니라고, 독하다 독해!” 아버지는 엄마의 바가지 긁는 잔소리에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항변하시면서 살아내셨다. 엄마의 강인함이 아버지 본인에게서 오고 있음을 모르신 것일까? 똑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종이 어느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영양소는 약간이지만 그 기질은 지구를 들어올릴 힘으로 변한다. 살아남기 위함의 노력은 그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이유를 단순한 나이가 들어서가 아닌 세상을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오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다.

 

여름 상추는 냉하다. ‘얼죽아’가 많이 늘어나는 이유가 스트레스때문이라고 하지만 냉한 상추를 먹는 것은 내 몸을 더욱 냉하게 만든다. 여름철 상추는 더운 여름을 견뎌내기 위한 신이 준 보약이다. 그럼 12월의 상추는 어떨까?

 

한 해가 가는 12월은 참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이다. 업무와 회한이 뒤범벅이어서 술과 고기밥상이 부쩍 많아지는 시기에 고기와 함께 밥상에 오르는 상추가 내 몸을 피곤하게 할 수도 있다. 된서리를 맞고도 시퍼렇게 푸른 잎을 자랑질하는 상추의 냉한 기질이 가뜩이나 몸이 힘든 시기에 더 힘들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도록 새겨 볼 일이다.

 

참고 문헌

곽경자. 2025. 겨울 치유밥상, 엄마의 부뚜막 식초와 무생채굴초무침.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16).

영혼을 치유하는 DNA 소울푸드, 김장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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