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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농업과 스마트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5-12-22 0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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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스마트 농업’이라는 말은 이제 농촌 현장에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온·습도 센서, 자동 관수와 환기 시스템, 생육 데이터 분석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 부담을 줄이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 농업은 농업을 경험과 감각의 영역에서 벗어나,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체계로 확장시켜 왔다. 이 흐름 속에서 진화된 치유농업을 정의한다면 스마트 치유농업이다.

 

스마트 농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인가”를 묻는 기술이라면, 스마트 치유농업은 “농업 활동이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는가”를 함께 묻는다. 치유농업은 텃밭 가꾸기, 식물 재배, 수확과 나눔, 농촌 공간에서의 머무름을 통해 오랫동안 정서적 안정과 회복의 역할을 해 왔다. 다만 그 효과는 주로 체험자의 주관적 경험에 의존해 설명되어 왔고, 정책·복지·보건 영역과 연결하기에는 설명의 언어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 치유농업은 이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다. 스마트 기술은 치유를 대신하지 않는다. 대신 치유가 어떤 조건에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보조 도구가 된다. 치유농업의 대상자는 노인, 아동·청소년, 직장인, 정서적 소진 상태의 성인 등 매우 다양하며, 프로그램 역시 농작업 중심형, 원예 활동형, 관찰·머무름형, 식생활 연계형 등으로 구분된다. 실시 목적 또한 스트레스 완화, 정서 안정, 사회성 회복, 일상 기능 유지 등으로 다층적이다.

 

이처럼 대상자와 프로그램, 목적이 다양한 만큼 치유 효과를 하나의 기준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치유농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 방식이나 평가 방법 역시 대상자, 프로그램, 실시 목적에 맞게 전문적이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완화가 목적이라면 심박 변이도(HRV)나 호흡 변화와 같은 생리적 안정 지표가, 신체 기능 유지가 목표라면 활동량이나 균형 변화가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측정은 치유의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참고선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스마트 치유농업에서 측정과 평가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치유보다 측정이 앞서는 구조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치유농업의 현장은 검사와 평가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감각과 리듬이 회복되는 생활의 공간이다.

 

따라서 스마트 치유농업에서는 평가와 측정만큼이나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 또한 스마트해야 한다. 활동의 순서, 강도, 시간 배분, 휴식의 간격은 참여자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어야 하며, 변화의 신호가 보일 때는 즉각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스마트 치유농업에서의 ‘스마트함’은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 있지 않다. 측정은 최소화하되 정확하게, 평가는 단순화하되 의미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치유 프로그램의 운영은 참여자의 반응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지능적인 진행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균형이 이루어질 때 측정은 부담이 아니라 신뢰가 되고, 평가는 통제가 아니라 안내가 된다. 이러한 접근은 치유농업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운영자는 데이터를 통해 프로그램의 강도와 구성을 조율할 수 있고, 참여자는 자신의 변화를 이해하는 언어를 얻게 된다. ‘좋았다’라는 감상이 ‘이런 변화가 있었다’라는 인식으로 확장될 때, 치유 경험은 일회성 체험을 넘어 지속 가능한 회복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스마트 치유농업이 기술 중심의 산업 모델로만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치유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있다. 계절의 변화, 반복되는 농작업, 농촌의 풍경과 소리, 함께 나누는 식사와 대화가 빠진 치유는 성립하기 어렵다. 스마트 기술은 이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 주고 설명해 주는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강조되는 시대, 스마트 농업과 스마트 치유농업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하나는 생산을, 다른 하나는 회복을 중심에 두지만, 두 흐름은 같은 농촌 공간에서 만나야 한다. 측정과 평가를 똑똑하게 하되, 진행과 운영 또한 사람 중심으로 유연하게 설계할 때, 스마트 치유농업은 농업의 미래를 확장하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스마트함’이란 무엇을 재느냐보다, 언제 멈추고 어떻게 조정할 줄 아느냐를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5. AI·IoT 기반 스마트 치유농업의 측정과 해석 기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15).

김현주. 2025. 김현주. 2025. 치유농업 현장에서 비침습적 생리·정서 측정의 의미.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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