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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치유와 치유농업에서 수잔 포크먼의 대처전략 적용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5-12-07 09: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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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업·자연기반 치유 프로그램이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한 휴식이나 체험을 넘어, 참여자가 자신의 감정과 삶의 문제를 스스로 다루는 ‘내적 회복력’을 기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트레스·대처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수잔 포크먼(Susan Folkman)의 연구는 숲치유와 치유농업 프로그램 설계에 매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수잔 케이 포그먼(Susan Kay Folkman, 1938-)은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이며,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UCSF)의 명예 의학 교수이다. 그녀는 리처드 라자루스(Richard Lazarus)와 함께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을 ‘상황 평가’와 ‘대처(coping)’의 과정으로 설명하였고, 특히 변화가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포크먼이 강조한 핵심 개념은 문제중심(problem-focused) 대처와 정서중심(emotion-focused) 대처의 균형이다. 인간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질적 행동을 취할 수도 있고,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전략을 우선하게 된다. 이러한 구분은 숲치유와 치유농업의 구조와 놀라울만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연을 매개로 하는 치유 환경은 문제 해결의 행동적 대처와 정서 안정의 감정적 대처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설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문제중심 대처의 관점에서 보면 숲과 농업 환경은 참여자에게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자기 주도성’을 회복시키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숲속 길을 스스로 걷고, 나무를 관찰하고, 작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삶의 난관을 마주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한다. 치유농업에서는 씨앗 파종, 모종 심기, 물 주기, 잡초 제거, 수확 같은 일련의 농작업이 문제중심 대처의 대표적 사례다. 참여자는 ‘행동 → 결과’라는 구조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내가 움직이면 변화가 생긴다”라는 자기효능감을 얻게 된다. 이는 포크먼이 말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능동적 개입’과 본질적으로 같은 원리다.

 

반면, 정서중심 대처 전략은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해 심리적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숲치유는 자연 그 자체가 선천적인 정서조절 환경이다. 숲의 피톤치드 향, 바람 소리, 나뭇잎의 시각적 패턴은 신체의 교감신경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이는 긴장·분노·불안 같은 부정 정서를 완화하여 참여자가 현실을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또한 치유농업 활동에서의 흙 촉감, 식물의 성장 과정 관찰, 꽃 향기의 감각 자극 등은 정서적 카타르시스와 안정감을 제공하며, 이는 감정중심 대처 전략의 자연적 매개로 작용한다.

 

특히 포크먼이 후기 연구에서 강조한 개념인 의미중심(meaning-focused) 대처는 숲치유 및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지닌 더 깊은 효과와 맞닿아 있다. 의미중심 대처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하고 희망과 긍정성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긍정 사고가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지닌 자원·관계·신념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숲치유에서의 명상, 자연과의 관계 재인식,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며 삶의 순환을 떠올리는 활동은 참여자에게 ‘삶의 재맥락화’를 제공한다.


치유농업에서는 식물이 자라는 속도, 열매가 맺히는 과정, 실패와 성공이 반복되는 자연의 생태적 리듬을 체험하면서 “삶은 기다림과 회복의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얻게 된다. 이는 포크먼의 의미중심 대처 전략이 강조하는 심리적 회복력(resilience) 형성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숲치유와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포크먼의 대처 전략은 다음과 같은 실천적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문제중심 대처를 강화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참여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과제를 해결해보는 활동, 예컨대 숲길 미션 걷기, 텃밭 계획 세우기, 식물 생장 과정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정서중심 대처를 촉진하는 감각 기반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완 호흡, 자연음에 귀 기울이기, 흙 만지기, 꽃 향기 느끼기 같은 활동은 정서를 안정시키는 자연적 장치다. 셋째, 의미중심 대처를 유도하는 반성·성찰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 자연에서의 감정 일기 쓰기, 계절의 순환을 통해 나의 삶을 비유해보기, ‘오늘 발견한 작은 희망’을 나누는 활동 등이 의미재구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포크먼의 대처이론은 숲치유와 치유농업이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참여자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심리학적 도구임을 보여준다. 자연 속에서 문제를 다루고, 감정을 조절하고,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중요한 회복탄력성 기반이 된다. 숲과 농업은 본래 회복과 순환의 언어를 품고 있으며, 포크먼의 대처 전략은 그 언어를 인간의 심리 변화로 번역해주는 이론적 프레임이다. 이러한 점에서 숲치유와 치유농업은 포크먼 이론의 실천적 현장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 기반 치유의 잠재력은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알버트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와 숲치유 및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06.).

최연우. 2025. 숲치유와 치유농업에서 아론 벡 인지이론의 적용.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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