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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이의 경험학습 이론으로 읽는 치유농업의 가치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5-11-30 14: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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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은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경험 속에서 배움을 얻고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 전체를 포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치유농업은 교육철학자 존 듀이의 경험학습 경험이론(Theory of Experience)을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대표적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듀이는 인간의 학습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경험의 재구성이며, 배움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성장이라고 보았다. 치유농업의 모든 프로그램인 흙 만지기, 씨 뿌리기, 수확, 음식 만들기, 동물 돌봄, 정원 명상—은 바로 이 경험학습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듀이가 말한 경험의 핵심 원리는 연속성(continuity)과 상호작용(interaction)이다. 연속성이란 인간의 모든 경험은 서로 연결되며 이전 경험을 토대로 다음 경험이 구성된다는 뜻이다. 농장에서의 치유 경험도 마찬가지다. 흙의 감촉을 처음 느낀 아이는 씨앗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한다.

 

돌봄의 경험은 책임감의 경험으로 확장되고, 작은 식물의 성장 과정은 자신의 감정 변화와 성장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치유농업의 프로그램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의 정서는 점차 안정되고, 자연 속에서 배운 조용한 인내와 관찰의 습관은 일상생활 속 문제 상황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 즉, 농장 경험은 단발적 체험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연속적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상호작용은 개인의 내적 상태와 환경이 만나 새로운 배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자연은 강력한 상호작용의 장이다. 토양의 변화, 날씨의 흐름, 동물의 움직임, 식물 성장의 속도는 모두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흔들고 자극한다. 특히 치유농장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라 능동적 돌봄으로 이루어진다. 씨앗을 심을 때의 손의 감각, 물을 줄 때의 리듬, 식물의 잎 상태를 살피는 집중력, 열매를 수확했을 때의 성취감은 모두 몸과 마음의 통합적 경험이다. 듀이가 강조한 ‘경험의 심도’가 치유농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셈이다.

 

듀이의 경험학습 이론은 또한 문제 상황(problematic situation)을 배움의 출발점으로 제시한다. 그는 인간이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사고(thinking)가 시작된다고 보았다. 치유농업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이 학습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아이들이 심은 모종이 말라버렸을 때, 잡초가 금세 자라 정리를 해야 할 때,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먹이를 거부할 때, 아이들은 자연의 변수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실망과 실패를 경험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관찰→가설→시도→수정의 사고 과정이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 치유를 넘어 문제 해결력이라는 삶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다. 듀이가 말한 “사고는 경험 속 난관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주장과 정확히 맞물린다. 치유농업은 또한 듀이가 중시한 민주적 경험(democratic experience)의 장이기도 하다. 농장은 나이·직업·학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며, 함께 심고 함께 돌보고 함께 나누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공동체 경험을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고립과 단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치유농업은 이런 단절을 연결로 바꾸는 경험을 만든다. 성인·노인·장애인·아동이 한 공간에서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활동할 때, 관계의 경험은 회복되고 존중의 감각이 자란다. 듀이가 말한 민주주의의 본질, 즉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삶의 방식’이 치유농업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셈이다.

 

최근 치유농업에서는 생체 기반 정서 분석, 바이브라이미지, HRV(심박변이도) 측정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프로그램 효과를 정량화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는 듀이의 경험학습 이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듀이에게 경험의 가치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그 경험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있다.

 

정량적 지표는 경험 전후의 정서 상태 변화를 가시화해 농장 경험이 실제로 개인의 삶의 태도, 감정 패턴, 사회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주는 도구가 된다. 즉, 치유농업은 듀이의 경험학습 개념을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해내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듀이의 경험학습 이론은 치유농업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철학적 기반이다. 농장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삶을 다시 조직하고 감정을 조율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재구성의 과정이다.

 

현대의 치유농업은 이러한 경험을 교육·복지·관광과 접목시켜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교육철학이 되고 있다. 듀이가 “교육은 삶 그 자체”라고 했던 것처럼, 치유농업은 삶의 문제를 자연 속 경험으로 다시 배우고 치유하는 현대적 교육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바바라 프레드릭슨 긍정정서 기반 이론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27.).

최연우. 2025. 리처드 라자루스의 스트레스 대처 이론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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